이재명 피습현장 경찰 있었지만 범행 못막아…경호대상 아닌 탓(종합)

경비인력 50여명 질서유지 치중…지지자 위장해 위험인물 인지 못해
평시에는 4부요인 정도만 경호 대상…당대표 등은 선거기간 신변보호팀 가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피습할 당시 우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관들이 주변에 배치돼있었지만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관련 규정상 이 대표가 경찰의 밀착 경호 대상이 아니었던 데다 피의자가 지지자로 위장한 탓에 갑작스러운 습격을 막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 일정과 관련해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 1개 제대 23명과 형사 등 직원 26명을 포함해 총 50여명이 경비를 위해 배치됐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당대표급 정치인들의 공개 일정 중 사람이 많이 몰려 인파·교통관리가 필요하고 우발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관할서 소속 경찰 병력을 이 정도 규모로 배치한다. 이날도 이 대표가 습격당할 당시 경찰관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안전 관리와 질서 유지 등에 초점을 맞췄기에 범행을 막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의자인 김모(66)씨가 '내가 이재명'이란 글자가 쓰인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을 뜻하는 '잼잼 자봉단' 머리띠까지 두르고 있던 탓에 지지자로 오인해 사전에 위험 인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사인해달라"고 외치며 취재진을 뚫고 가까이 다가간 뒤 갑자기 달려들어 이 대표의 목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습격 후 주변에 있던 사복 경찰이 김씨를 제압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날 배치된 경찰 병력은 주로 경비·형사 인력으로 구성돼 '경호' 전담 인력은 아니다.

경찰 경호규칙에 따르면 4부 요인 정도만 평시 경호 대상이고 정당 대표 등 정치인을 대상으로는 평시 별도 경호팀이 운영되지 않는다. 경호 대상 등 구체적인 경호규칙 내용은 보안상 기밀이다.

다만 정당 대표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정당 측의 요청이 있으면 '신변 보호'는 이뤄진다.

정당 측에서 적극적인 보호를 요청하면 경호 수준의 밀착 보호 활동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노출되지 않는 거리에서 경비와 안전관리를 한다.

이날 이 대표 일정과 관련해선 주변 경비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규정상 경찰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선거일 전 14일)에 주요 정당 당대표 등에 대해 별도 신변보호팀을 운영한다.

후보자는 선거 유형에 따라 신변 보호 범위가 다르다.

대선 후보자는 자동으로 경호 대상이 돼 전담 경호팀을 가동해 24시간 밀착 보호하고, 총선 후보자에 대해선 관할 경찰서에서 주요 일정 시 자체적으로 경비 업무를 맡는다.

정치인에 대한 공적 경호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은 과거에 있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 지원 중 괴한으로부터 커터칼로 습격당한 일을 계기로 국회에서 요인경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제정안은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부터 후보자가 경찰의 경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했으며, 대선 경선 후보 등 주요 정치인의 경우도 각 정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 중 정부와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이날 경찰은 공식 선거 기간에 앞서 당대표 등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인사 전담보호팀'을 시도청별로 구성해 조기 가동하는 내용의 자체적인 신변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