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는 트럼프 차선책"…지지자조차 '뜨뜻미지근'한 후보

열성 지지층 39% 불과…"'트럼프 대안' 외 자신만의 비전 필요"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3위로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거둔 것은 지지층의 낮은 충성도와 '트럼프 대안' 전략의 한계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 NBC 방송과 미 아이오와주 현지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 가운데 그에 대해 '극도로' 또는 '매우' 열광한다고 답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지지층에서 각각 88%, 68%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론조사업체 셀저 앤드 컴퍼니는 39%를 제외한 나머지 61% 지지자는 "그저 약간 열성적이거나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헤일리 전 대사의 상승세와는 상반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득표율 19.1%로 트럼프 전 대통령(51.0%)과 디샌티스 주지사(21.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헤일리 전 대사가 최근 지지율이 정체된 디샌티스 주지사를 누르고 2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못 미친 결과다.
이 같은 코커스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지지가 그의 정치적 비전이 아닌 반(反)트럼프 표심에 기인한 경우가 많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헤일리 전 대사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모색해왔다.

특히 중도층이 두터운 뉴햄프셔주에서 내주 열리는 경선에서는 반트럼프 세력을 규합해 확실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트럼프 대안' 전략에만 의존한다면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도 높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겠다고 한 응답자 중 43%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맞붙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극 지지 그룹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확보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과 달리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외 다른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유권자의 50% 이상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후보로 지목되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상당히 많이 가져와야 한다는 건 수학적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대안'이라는 타이틀 외에 유권자가 그를 선택해야 할 다른 이유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