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최고 57㎝ 넘는 눈 쌓여…낙상 환자 속출

항공기 운항, 도로 교통 대부분 정상화

제주에 몰아닥친 눈보라가 점차 잦아들며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됐다. 눈도 차츰 녹고 있지만 곳곳이 빙판길인 가운데 낙상·고립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사흘째 잇따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정오를 기해 제주도 북부·동부·서부, 오후 4시를 기해서는 북부와 남부 중산간의 대설주의보를 각각 해제했다.

현재는 산지에만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제주도 육상 전역의 강풍주의보와 해상의 풍랑경보·주의보도 유지되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지점별 적설 현황을 보면 한라산에는 사제비 57.3㎝, 삼각봉 47.7㎝, 어리목 44.5㎝ 등의 눈이 쌓였다.

그 외 지역은 한남 12.9㎝, 산천단 12.5㎝, 가시리 10.8㎝, 오등 7.9㎝, 유수암 5.8㎝, 표선 5.1㎝, 새별오름 3.9㎝, 송당 3.7㎝ 등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있다. 바람도 이날 오전까진 강하게 불어 일 최대순간풍속이 고산 초속 30.5m, 마라도 24.1m, 가파도 23.6m, 우도 21.4m, 제주공항 20.5m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 큰 차질을 빚었던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은 매서운 눈보라가 한풀 꺾인 이날 오전부터 차츰 정상화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제주공항에서는 총 498편(출발 254, 도착 244)이 운항할 예정인데, 이 중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288편(출발 140, 도착 148)이 정상 또는 지연 운항했다. 제주공항은 기존 동서 방향 활주로와 함께 항공기 정면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 이륙에 유리한 기상 조건이 형성될 때만 사용하는 남북 방향 활주로도 가동해 항공기 이용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다만, 이날 광주·군산공항 폭설 등의 원인으로 국내선 항공편 40편(출발 20, 도착 20)과 국제선 출발 3편이 결항하거나 사전 비운항 조처됐다.

제주공항에 발효된 강풍경보와 급변풍경보는 이날 오후 9시께 모두 해제될 예정이다.

도로 교통도 대부분 정상화돼 현재는 산간도로만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1100도로는 어승생삼거리∼구탐라대사거리 구간에서 대·소형차량 모두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516도로는 소형 차량의 경우 통행이 통제되고, 대형 차량은 월동장구를 갖춰야 지날 수 있다.
눈이 차츰 녹고 있지만 곳곳이 여전히 눈길 또는 빙판길인 가운데 낙상이나 고립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사흘째 잇따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8분께 제주시 삼양동에서 가로등 하나가 기울어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이보다 앞선 오전 2시 39분께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제2산록도로에 차량이 고립되고, 오전 5시 17분께는 제주시 한경면 한 도로를 걷던 시민 1명이 눈길에 오도가도 못하다가 소방대원에 구조되기도 했다.

거리 곳곳이 빙판으로 변하면서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시민 29명이 낙상 사고를 당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를 포함해 이날 오후 3시까지 사흘간 대설·강풍 등으로 인한 구급·안전조치 52건이 이뤄졌다.

기상청은 앞으로 25일 오전까지 제주에 가끔 비 또는 눈(산지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25일 낮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저녁부터 26일 아침 사이 산지를 중심으로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적설량은 산지 2∼7㎝, 중산간은 1∼3㎝다.

기상청은 26일 아침까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최근 눈이 쌓인 지역에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이 예상되니 교통안전과 보행자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