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US오픈 때 라켓 박살낸 사발렌카, 올해는 우승컵 들고 댄스

"간절히 원한 메이저 우승, 앞으로도 계속 도전…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는 승리에 대한 열정이 넘치기로 유명한 선수다. 그는 지난해 9월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한 뒤 라커룸에 들어가 자신의 테니스 라켓에 분풀이했다.

결승에서 코코 고프(4위·미국)에게 1-2(6-4 3-6 4-6)로 역전패한 사발렌카는 시상식을 마치고 라커룸에 돌아와서는 라켓 하나를 조용히 꺼내 바닥에 사정없이 내려친 뒤 쓰레기통 안에 버렸다.

이 영상은 TV 중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사발렌카의 승리욕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됐다. 그랬던 그가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인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흥겹게 춤을 췄다.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 정친원(15위·중국)을 불과 1시간 16분 만에 2-0(6-3 6-2)으로 완파한 사발렌카는 이번에는 시상식을 끝낸 뒤 트로피를 안고 흥겹게 춤을 추듯이 라커룸으로 향하는 영상이 또 공개됐다.
사발렌카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계속 메이저 우승을 하고 싶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호주오픈 2연패를 달성한 사발렌카는 "사실 예전에는 메이저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또 메이저 정상에 오른 뒤 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늘 내가 메이저 대회에서 또 우승해보니 그 선수들의 마음이 이해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작년에 호주오픈 우승 경험이 있어서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그것을 위해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점은 똑같았다"며 "또 주위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부담도 크고, 결국 우승에 대한 감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발렌카는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 우승하고 사라지는 선수는 되지 않겠다"며 "앞으로 더 많은 메이저에서 우승하는 것이 내게 중요한 과제"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호랑이 문신을 팔에 새긴 그는 특유의 파워가 강점이지만, 고비 때 흔들리기 시작하면 더블폴트를 쏟아내는 등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사발렌카는 "예전에 비해 그런 부분도 많이 좋아졌다"며 "메이저 대회를 치르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고, 특히 작년 US오픈 결승 패배가 내게 좋은 교훈이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날 결승에서 더블폴트를 한 개도 기록하지 않았고, 상대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며 무실 세트 우승을 달성했다.
사발렌카는 2019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그의 부친 세르게이는 2019년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숨졌다.

사발렌카가 6살 때 처음 테니스 라켓을 선물한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고, 아버지의 평소 소원이 세계 1위와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는 것이다.

작년에 호주오픈 우승과 세계 1위 등극으로 아버지의 소원을 모두 들어드린 사발렌카지만 부친상을 당했을 때만 해도 그는 세계 랭킹 10위권에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16강이었다.

우승 직후 코트 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들에게도 인사를 해야겠다.

하지만 영어로 하면 그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유머를 구사했던 사발렌카는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특히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1998년 5월생으로 만 25세인 사발렌카는 "아버지는 제가 25세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2번 이상 우승하기를 바라셨다"며 "엄마, 동생, 할머니 등 가족들의 헌신과 도움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