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올림픽] 부상도 이겨낸 이채운의 '금빛 연기'…밀라노 희망도 '반짝'

슬로프스타일 우승 이후 부상으로 빅에어 출전 불발…극복하고 주 종목 제패
대회 중 부상이라는 위기도 이채운(수리고)의 '금빛 연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채운은 1일 강원도 횡성의 웰리힐리파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강원 2024)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88.50점을 획득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지난달 25일 슬로프스타일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과 팀 이벤트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김현겸에 이어 한국 선수단의 대회 두 번째 2관왕이다.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펼치는 회전과 점프 등 공중 연기를 심판이 채점해 순위를 정하며, 앞서 이채운이 우승한 슬로프스타일은 다양한 기물과 점프대로 구성된 코스에서 경기하는 종목이다. 이미 성인 동계올림픽(2022 베이징 대회)에서 경쟁한 경험을 지녔고, 지난해엔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기록(16세 10개월)으로 남자 하프파이프 정상에 오른 그는 또래에선 적수가 없음을 이번 대회로 증명했다.
사실 이채운은 이번 대회에 애초 3개 종목 출전을 계획하고 3관왕까지 노렸으나 부상 변수가 발생하며 두 개의 금메달을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주 종목이 아닌 슬로프스타일부터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상쾌하게 대회를 시작했던 이채운은 하프파이프에 앞서 빅에어 종목에도 출전하려 했다. 빅에어는 1개의 큰 점프대를 도약해 공중 묘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하지만 이채운은 빅에어 예선 전날인 지난달 26일 훈련 중 넘어져 왼쪽 발목이 살짝 접히는 변수가 생기며 뛰지 못했다.

예선 10위 안에 들어야 28일 결승에 나설 수 있었는데, 이채운은 부상이 심하지는 않았으나 주 종목인 하프파이프 준비에 집중하고자 빅에어 예선엔 불참하면서 3관왕 도전을 내려놓아야 했다. 빅에어는 이채운이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출전해 6위에 오르며 성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인 종목이고,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을 기대했던 터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물리치료 등을 받으며 하프파이프 준비에 힘을 쏟은 이채운은 이날 금메달로 모든 것을 떨쳐냈다.
예선부터 전체 1위 기록으로 통과해 부상 우려를 씻어낸 그는 결선에서도 4회전 점프 등 흔들림 없는 연기로 선두를 내달렸다.

이날 3차례 연기 중 최고점으로 최종 성적이 된 2차 시기의 88.50점뿐만 아니라 1차 시기에서 그가 받은 87.25점도 뛰어넘은 선수가 없을 정도로 이채운은 압도적 기량을 뽐냈다.

한국 선수단 '막내' 선수로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것에 더 의미를 둘 수 있었던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와 달리 이채운은 2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한국 스노보드의 '에이스'로 준비하게 된다.

청소년올림픽이긴 하지만 안방에서 열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대회를 2관왕으로 훌륭하게 치러낸 경험은 2년 뒤 성인 올림픽 시상대까지 노리는 이채운에게 적절한 '예행연습'이 됐다. 한 대회에서 여러 종목을 준비하며 발생한 예상치 못한 변수를 극복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며 목표를 이룬 것도 올림픽을 비롯해 앞으로 선수 생활에서 더 많은 중요한 대회를 남긴 그에게 큰 자산으로 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