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린 국경, 北 찾는 러 관광객…"스키장 궁금, 조금 긴장도"

코로나 국경 봉쇄 후 처음…北 관료·주민도 평양행 비행기 탑승한 듯
밀착 북러, 단체관광 활성화 추진…연해주 주지사"인도주의적 관계 발전 시작점"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러시아인들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북한 단체관광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국제선 수속장은 북한 평양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러시아 관광객들로 붐볐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오는 12일까지 3박 4일간 일정으로 진행하는 이번 북한 관광에 참여한 러시아인은 모두 97명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했다가 3년 7개월 만인 작년 8월 국경을 공식 개방한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항 내 러시아 관광객 다수는 들뜬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 줄이 늘어선 수속 카운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코치와 동행한 연해주 지역 10대 스키 선수들은 "북한 관광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렌다"라며 "스키장에 빨리 가고 싶고,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행들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온 세르게이 로바노프(35)는 "북한 관광에는 규칙과 제한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라며 "하지만 관광 재개는 북한과 러시아 모두에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 방문이 처음인 까닭에 일부는 다소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온 갈리나 마출스카야(37)는 "북한 관광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남편과 함께 신청했다"라며 "사전에 인터넷에서 북한 관련 소식을 많이 찾아봤지만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번 러시아 단체관광객들의 북한 방문은 북러가 밀착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첫 사례로, 현지 언론들도 공항에 직접 나와 취재하며 관심을 보였다.

공항에서는 인공기 배지를 단 북한 관료나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다수 목격됐다.

한쪽에 이들이 가져온 수화물들이 쌓여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 관료나 주민 일부도 러시아 단체관광객들과 함께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보였다.

이날 러시아 단체관광객 등을 태운 북한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 JS-272편은 오후 1시 39분 평양으로 출발했다.

관광객들은 평양에 도착해 하루 묵은 뒤 김일성 광장, 개선문, 주체사상탑 등을 둘러보고 원산 마식령스키장 리조트를 찾을 예정이다.

관광객 1명이 부담하는 비용은 750달러(약 100만원)다.
이번 러시아 관광객들의 북한 방문은 작년 9월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연해주 대표단과 북한 당국 간에 체결된 협정에 따른 것이다.

양국 사이에 재개될 공식 관광에 대비한 시범적 성격도 띠고 있다.

연해주 정부는 북한 단체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올해 안으로 북한으로 오가는 여객 철도 노선 개통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최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단체관광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광 분야 협력 재개와 인도주의적 관계 발전에 대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