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파격 증원에 '이공계 위기론'…"장기적으론 도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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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규모, 서울대 이과계열과 맞먹어…"의대 쏠림으로 인재 대거 유출"
"의사직업 기대수익 낮아지면 장기적으론 이공계 유리" 반론도 정부가 현재 3천58명인 의대 정원을 5천38명으로 2천명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공계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공계로 가야 할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지만, 의사 수입의 하향 평준화로 이공계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공계 교수들은 올해 당장 의대 진학을 위한 재학생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으며, 내년 신입생의 질적 수준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한다.
특히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이공계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의 대책 없이,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기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2천명 증원 규모는 서울대 이과계열 학과 전체(1천775명·의약학계열 제외)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다.
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개 과학기술원과 한국에너지공대 등 5개 이공계 특수대의 신입생 규모(1천850명)와도 맞먹는다.
의대로 이공계 고급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유명 사립대 이공계열 교수는 "의대 정원이 단계적이 아니라, 급격하게 늘어나 버려서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R&D 예산도 삭감됐는데, 이공계 인력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 다른 방안이 같이 발표됐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도 "사실 중등교육에서는 진로를 자기 소신이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나 주변의 영향으로 결정하는 편이 많다"며 "학부모의 의대 진학 권유가 늘어날 것 같고, 이공계 재학생의 반수 도전도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만 해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이공계특성화대학에서 268명의 중도이탈이 나왔다. 이는 2021년(187명)보다 43.3%(81명) 늘어난 규모로, 상당수는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 의대 합격선이 낮아지면서 재학생들의 반수 의지도 높아지고, 중도 탈락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과학고와 영재고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공계 특성화대학 학생들의 반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 대표는 "이공계특성화대학의 과학고 출신 학생들은 이미 과학탐구, 수학, 영어 준비가 모두 고등학교 때 끝났다"며 "사실상 수능 국어 과목만 따로 공부하면 의대 준비를 할 수 있으며, 일반고에 비해 준비가 수월해 이탈자가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공계 인재 유출이 벌어질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 현상이 되레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초과수요를 해소하고 기대수익을 균형 잡히게 해 (의대) 쏠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도입 이후 법조계 진입 장벽이 낮아져 고수입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줄었듯이, 의대 증원을 한다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공계특성화대학의 한 교수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사법고시라는 벽이 무너지고 소득 경계선이 무너졌듯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의사가 많아지면 의사와 이공계 인력의 대우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이공계와 의사 둘 중 고민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이공계 쪽으로 오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를 더 편하게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의료인 확대에 맞춰 이번 기회에 '의학과 공학의 융합형 인재'를 키워낼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교수는 "의료인 확대는 고령화 사회의 늘어날 (의료) 수요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의사 공학자'나 '의사 과학자' 등의 역할도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단위가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사 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를 말한다.
진료보다는 임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나 의약품·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공계 인재 양성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충선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과학기술 정책에서 예산 수반이 안 돼 문제가 생겼는데, (정부가 과학계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문제도 너무 급격하게 하는 것보다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의사직업 기대수익 낮아지면 장기적으론 이공계 유리" 반론도 정부가 현재 3천58명인 의대 정원을 5천38명으로 2천명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공계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공계로 가야 할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지만, 의사 수입의 하향 평준화로 이공계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공계 교수들은 올해 당장 의대 진학을 위한 재학생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으며, 내년 신입생의 질적 수준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한다.
특히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이공계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의 대책 없이,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기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2천명 증원 규모는 서울대 이과계열 학과 전체(1천775명·의약학계열 제외)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다.
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개 과학기술원과 한국에너지공대 등 5개 이공계 특수대의 신입생 규모(1천850명)와도 맞먹는다.
의대로 이공계 고급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유명 사립대 이공계열 교수는 "의대 정원이 단계적이 아니라, 급격하게 늘어나 버려서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R&D 예산도 삭감됐는데, 이공계 인력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 다른 방안이 같이 발표됐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도 "사실 중등교육에서는 진로를 자기 소신이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나 주변의 영향으로 결정하는 편이 많다"며 "학부모의 의대 진학 권유가 늘어날 것 같고, 이공계 재학생의 반수 도전도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만 해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이공계특성화대학에서 268명의 중도이탈이 나왔다. 이는 2021년(187명)보다 43.3%(81명) 늘어난 규모로, 상당수는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 의대 합격선이 낮아지면서 재학생들의 반수 의지도 높아지고, 중도 탈락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과학고와 영재고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공계 특성화대학 학생들의 반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 대표는 "이공계특성화대학의 과학고 출신 학생들은 이미 과학탐구, 수학, 영어 준비가 모두 고등학교 때 끝났다"며 "사실상 수능 국어 과목만 따로 공부하면 의대 준비를 할 수 있으며, 일반고에 비해 준비가 수월해 이탈자가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공계 인재 유출이 벌어질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 현상이 되레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초과수요를 해소하고 기대수익을 균형 잡히게 해 (의대) 쏠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도입 이후 법조계 진입 장벽이 낮아져 고수입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줄었듯이, 의대 증원을 한다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공계특성화대학의 한 교수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사법고시라는 벽이 무너지고 소득 경계선이 무너졌듯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의사가 많아지면 의사와 이공계 인력의 대우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이공계와 의사 둘 중 고민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이공계 쪽으로 오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를 더 편하게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의료인 확대에 맞춰 이번 기회에 '의학과 공학의 융합형 인재'를 키워낼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교수는 "의료인 확대는 고령화 사회의 늘어날 (의료) 수요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의사 공학자'나 '의사 과학자' 등의 역할도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단위가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사 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를 말한다.
진료보다는 임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나 의약품·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공계 인재 양성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충선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과학기술 정책에서 예산 수반이 안 돼 문제가 생겼는데, (정부가 과학계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문제도 너무 급격하게 하는 것보다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