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부산서 만리장성 넘을까…첫 안방 세계선수권 팡파르

신유빈·전지희 앞세운 여자대표팀, 금메달 놓고 '한중일 삼국지'
'9회 연속 입상' 남자대표팀, 첫 우승 도전…'마룽을 잡아라!'
100주년 맞은 한국 탁구, 세계선수권 치르는 건 처음
한국 탁구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빛 도전에 나선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펼쳐진다.

100년 탁구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홀수 해엔 개인전, 짝수 해엔 단체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치러진 개인전 대회와 함께 제57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완성하는 대전이다.

남녀 각 40개 팀이 출전해 우승 트로피 코르비용컵(여자)과 스웨들링컵(남자)을 놓고 열흘간의 열전을 펼친다.
우승하려면 5개 팀씩 8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예선리그를 통과하고, 본선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각 조 1위 팀은 16강에 직행한다.

2, 3위 팀들은 본선 1회전에서 대결해 승리 팀이 남은 16강 여덟 자리를 채운다.

각 팀당 엔트리는 5명이며, 남녀 모두 3인 5단식(11점 5게임)제로 치러진다. '탁구 최강' 중국이 단연 남녀 모두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다.

중국 남녀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나란히 22회 우승을 이룬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남자팀은 무려 11회 연속, 여자팀은 6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여자부에서 쑨잉사(1위), 왕이디(2위), 천멍(3위), 등이 포진한 중국의 결승 상대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팀은 일본이다.
국제탁구연맹(ITTF) 팀랭킹 2위인 일본은 자국에서 열린 2014년 도쿄 대회부터 가장 최근 열린 2022년 청두 대회까지 4회 연속 결승에 진출해 '만리장성 공략'을 시도한 강호다.

중국 최강자들 틈바구니는 파고들어 단식 랭킹 5위까지 오른 하야타 히나를 필두로 이토 미마(10위), 히라노 미우(18위) 등이 건재한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대항마로 인정받는다.

여기에 신유빈(대한항공), 전지희(미래에셋증권)의 '원투 펀치'를 앞세운 한국이 홈 테이블에서 담대한 '금빛 도전'에 나선다.
한국 여자탁구는 1973년 사라예보 대회에서 우승후보였던 일본을 꺾고 한국 구기스포츠 사상 최초로 세계제패를 이뤄냈다.

이어 1991년 지바 대회에서는 남북단일팀 '코리아'로 대회 9연패를 자신했던 중국을 물리치고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0년대 들어 침체하던 한국 여자탁구는 최근 신유빈과 전지희가 국제무대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반등하는 분위기다.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신유빈과 전지희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에서 한국에 21년 만의 탁구 금메달을 안겼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와 경기 방식도, 규모도 다르지만, 승리의 기억을 축적하며 사기가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이은혜(66위·대한항공), 이시온(46위·삼성생명), 윤효빈(159위·미래에셋증권)이 힘을 보탠다.
한국 여자탁구는 사상 두 번째 남북 단일팀으로 동메달을 따낸 2018년 할름스타드 대회를 제외하면 2012년 도르트문트 대회 이후 12년 동안 입상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신유빈, 전지희를 향한 대중적 인기에 다소 가려진 감이 있으나, 한국 남자 대표팀은 여자 대표팀보다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왔다.

2001년 오사카 대회부터 9개 대회 연속(은 2, 동 7)으로 입상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2006년 브레멘, 2008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거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우진(14위)과 임종훈(18위·한국거래소)이 쌍두마차로 앞장서고, '베테랑' 이상수(27위·삼성생명)와 한 번 흐름을 타면 누구도 막기 어려운 안재현(34위·한국거래소), '유망주' 박규현(179위·미래에셋증권)이 뒤를 받친다.

한국 남자 탁구가 사상 첫 우승을 이루려면, 역시 '최강 중국'을 넘어야 할 거로 보인다.
중국은 판전둥(1위), 왕추친(2위), 마룽(3위), 량징쿤(4위), 린가오위안(5위) 등 세계랭킹 1~5위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남자탁구 '어벤져스'라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진용이다.

이 중 35세에 접어든 '백전노장' 마룽은 세계선수권에서 전 종목 합계 12개나 되는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단체전 금메달은 7개다.

마룽의 금메달 12개는 1950~1960년대 전성기를 누리고 1980년대에는 행정인으로 ITTF 회장까지 역임한 일본의 '전설' 오기무라 이치로와 타이기록이다.

마룽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추가한다면, 아시아 최다 세계선수권 금메달 보유자가 된다.

마룽은 중국 남자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만리장성에 금이 가게 하려면 마룽을 무너뜨려야 한다.

토너먼트에서 한국과 중국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2012년 인천 코리아오픈에서 마룽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이상수의 라켓에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다만, 이상수는 마룽과 8번 싸워 7번 패했다.

'에이스' 장우진도 마룽을 상대로는 3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절대적인 열세를 부인하기 어렵지만,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을 벡스코에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질 수도 있다.

원래 한국에서 첫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최 시기가 거듭 연기되다가 결국 취소됐고, 한국 탁구계와 부산시는 다시금 유치전에 나서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그러면서 '한국 탁구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더해졌다. 한국 탁구계는 1924년 1월 경성일일신문사가 연 '핑퐁경기대회'를 한국 탁구의 시작으로 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