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춘제 소비, 정부 독려에도 크게 안 늘어"

美매체 "중국 소비자들, 경제 둔화로 가성비에 집중"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2월 10∼17일)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 내 소비가 정부의 독려에도 크게 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ING의 린 송 중국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중국인들이 춘제를 기념하고 있지만 소비 심리는 약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열차와 여객기 티켓이 매진되는 등 국내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소비와 관련한 소식은 뜸하다.

고향인 쓰촨성 펑저우에서 전화 인터뷰한 대학원생 리위안위안 씨도 올해 춘제 분위기는 과거와 다르다고 털어놨다. 리씨는 "이전에는 여행용 가방 여러 개에 선물을 싸 들고 고향에 왔는데, 올해는 대학이 있는 저장성의 소시지 특산품만 가방 하나에 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을 줄인 이유로 춘제의 활기가 예년만 못하고 무엇보다 용돈이 올해 들어 감소한 점을 꼽았다.

매년 설날 중국인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중국 관영중앙(CC)TV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춘제 완후이'(春節晩會)에서도 달라진 모습이 감지됐다. 그동안 단골 소재였던 경제와 번영, 성장 같은 주제가 빠진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경제 둔화로 중국 소비자들이 '가성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의 한 국영 항공사에서 일하는 쉬모(31)씨는 "예전에는 수입이 많아 여행과 오락, 외식에 돈을 썼지만, 팬데믹 이후로 수입이 불안정해져 해외여행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국영은행에서 근무하는 웨이모(33)씨는 "요즘 들어 사람들이 과거처럼 명품을 사지 않는다"며 "미래 경제 전망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지금 가진 돈을 명품에 모두 써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진작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 상무부는 춘제를 앞두고 자동차와 전자제품 구매를 늘리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