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대상 韓기업 200여개…무협 "세부담 최적화 전략 필요"

무역협회, '디지털세 주요 내용 및 입법 동향 보고서' 발간
올해 주요 선진국들이 처음 도입한 글로벌 최저한세 등 디지털세의 적용을 받는 국내 기업이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은 세 부담 최적화를 위한 전략을 점검하고 정부는 효과적인 외국인 투자유지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발간한 '디지털세 주요 내용 및 입법 동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디지털세는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기존 조세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법인세가 낮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이익을 이전하거나 본사를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이 논의됐다.

지난 2012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국적기업의 세원 잠식을 통한 조세회피 방지 대책이 의결된 것을 시작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진행돼 작년 7월 138개 국가가 디지털세(필라1·2)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고서는 "디지털세가 우리 세수에 미칠 영향이 불분명한 가운데 필라1의 경우 삼성전자가, 필라2의 경우 국내 200여개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향후 필라1 기준이 하향 조정되면 대상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세는 필라1(어마운트A·어마운트B·조세확실성 절차)과 필라2(글로벌 최저한세·원천지국 과세규칙)로 구성된다.

필라2는 각국이 세법 개정을 통해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나 필라1은 미국 등에서 비준에 어려움을 겪으며 다자조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국가는 입법 절차를 거쳐 올해부터 글로벌최저한세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연결 재무제표상 매출액이 7억5천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은 특정 국가에서 실효세율 15% 미만으로 과세되는 경우 그 차액분에 대한 추가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국가별로 계산한 실효세율(조정 대상 조세를 글로벌최저한세 소득으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15%에 미달하는 만큼 추가 과세한다. 조정 대상 조세는 법인세비용에 조정사항을 반영한 세액을, 글로벌최저한세 소득은 순손익에 조정사항을 반영한 소득을 말한다.
보고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투자세액공제를 적용받아 현지에서 15% 미만의 실효세율을 부담하는 경우 필라2에 따라 국내에 상당한 추가 세액을 납부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 디지털세 합의를 둘러싼 미국 등의 이견과 개별 국가 차원의 디지털 서비스세 재도입, 유엔(UN)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조세 규칙 제정 등 다양한 변수를 지속적으로 고려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디지털세의 복잡한 과세 구조가 대상 기업의 납세 협력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어 기업들이 세 부담 최적화를 위한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세수와 관련해서는 필라1에 따라 우리 기업의 이익이 해외로 배분되며 세수가 감소할 수 있으나.

동시에 필라2 도입으로 인해 저세율국에 법인을 둔 기업으로부터의 세수가 증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의 경우 필라1·2를 모두 도입할 경우 외국인 투자 유입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정부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변화된 기업 환경을 고려해 효과적인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과세 당국 간 소통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