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이재용과 승지원 만찬…LG전자와는 'XR 동맹' 강화(종합3보)

삼성과 AI 반도체 협업 논의한 듯…LG와 XR 사업 전략·차세대 기기 개발 논의
권봉석·조주완 등과 비빔밥 오찬…AI·XR 스타트업 개발자들과 면담도

약 9년 4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을 잇따라 만나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등 미래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과 LG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메타와 동맹 관계를 강화하며 AI와 XR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저커버그와 승지원 회동…AI 반도체 협력 기대
저커버그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 회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승지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한 곳으로, 현재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와 만날 때 사용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AI 반도체와 XR 사업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2위인 만큼 메타가 개발 중인 차세대 언어모델(LLM) '라마 3' 구동에 필요한 AI 칩 생산과 관련된 협력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최근 인간 지능에 가깝거나 이를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AI 기술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의 H100 프로세서 35만개를 포함해 연내에 총 60만개의 H100급 AI 칩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해 5월 'MTIA'라는 자체 칩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2세대 칩을 연내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 'AGI컴퓨팅랩'을 신설했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미국 하버드대 동문으로,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시 저커버그 CEO가 추모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에는 저커버그 CEO의 부인인 프리실라 챈이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2014년 10월 방한 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의 수원 본사와 화성 캠퍼스를 잇달아 방문한 바 있다.

2013년 6월 1박 2일간 일정으로 방한했을 때에는 이재용 당시 부회장 등과 7시간에 걸쳐 면담하기도 했다.

이후 양사가 합작해 VR 헤드셋인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2016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열린 갤럭시S7 공개 행사에 직접 참석해 삼성과의 VR 사업 협력을 강조했다.

◇ LG전자, 메타와 XR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 논의
저커버그 CEO는 앞서 이날 낮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조주완 CEO,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 등과 '비빔밥 오찬'을 함께 하며 차세대 XR 디바이스 협업 방향과 AI 개발을 둘러싼 미래 협업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양사의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 등이 논의됐다.

조주완 CEO는 메타의 혼합현실(MR)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해 보고, 메타가 선보인 다양한 선행기술 시연을 관심 있게 살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HE사업본부 산하에 XR 사업 담당을 신설하고 XR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CEO는 앞서 올해 초 'CES 2024'에서 "파트너십을 통해 XR 사업에 대한 기회를 확보하고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XR 시장은 2022년 293억달러에서 2026년 1천억달러로 연 평균 3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메타는 2014년 XR 기기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말 최신 MR 헤드셋인 '퀘스트3'를 출시했다.

최근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한 애플과 XR 기기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TV 사업을 통해 축적한 콘텐츠·서비스, 플랫폼 역량에 메타의 플랫폼·생태계가 결합되면 XR 신사업에 있어 차별화된 통합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XR 기기 개발에도 메타의 다양한 핵심 요소기술과 LG전자의 제품·품질 역량을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CEO는 이날 2시간 가까이 저커버그 CEO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협업해온 MR 디바이스, 메타의 초대형 언어모델 '라마'를 어떻게 AI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 2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회동에 동석한 박형세 사장은 "가상현실(VR)에 미디어 콘텐츠를 어떻게 넣어서 구현할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 AI·XR 스타트업 개발자 등과 만나…인스타 CEO도 함께 방한
저커버그는 LG 측과의 면담을 마친 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 있는 메타코리아로 이동, 국내 AI·XR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 등과 만났다.

저커버그와 비공개 면담을 한 곳은 국내 유명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와 XR 관련 스타트업 등 5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개발자 출신인 저커버그는 AI·XR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나 국내 AI·XR 생태계에 관해 짧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시간이 1시간을 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분 단위로 일정을 처리하는 저커버그가 국내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을 상당히 배려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VR 기능에 MR 기능이 더해진 메타 XR 헤드셋 '퀘스트 3'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콘텐츠 확보 노력의 하나로도 관측된다.

최고과학책임자(CSO)와 함께 방문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저커버그와 면담에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가 국내에서 '라마'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한 뒤 라마3가 출시되면 빨리 써보고 파인튜닝(미세 조정)해서 특화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도 이날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 미팅을 위해 메타코리아에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날 밤 입국한 저커버그 CEO는 오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커버그 CEO는 2013년 방한 당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에는 인도로 출국, 아시아 최고 부호로 꼽히는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웨딩 파티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