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 격전지 부산 '국정안정론 vs 정권심판론' 팽팽

승부처 낙동강 벨트 6석으로 전선 확대…북구갑 서병수·전재수 빅매치
남구선 박수영·박재호 현역간 대결…기장·중영도도 관심 지역으로 부상
제22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 민심은 여당의 국정안정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산은 보수 성향 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은 곳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총선 민심은 여야 모두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발전을 위한 국정안정론을 내세워 부산 국회의원 18석 전석 석권을 목표로 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다 지역일꾼론을 주장하며 절반인 9석 확보를 향해 뛰고 있다. 여야 공천이 마무리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제21대 총선에서 당선된 현역 의원 15명 중 지금까지 4명이 공천 경쟁에서 밀렸다.

2명은 불출마를, 1명은 지역구를 서울로 옮겼다.

민주당은 18개 지역구 중 17곳에 전직 구청장과 광역의원 등 선출직이나 전 지역위원장을 단수 추천하고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 5석→6석 전선 확대된 '낙동강 벨트' 이번에도 혈투 예고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 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와 경남 양산시·김해시는 보수세가 강한 부산경남(PK) 지역 가운데 야당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로 불린다.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부산 북·강서갑과 북·강서을이 북갑과 북을, 강서구 등 3개 선거구로 분구됨에 따라 부산 낙동강 벨트 의석수는 6곳으로 늘어났다.

북갑 선거구에서는 부산시장을 지낸 5선 서병수(국민의힘) 의원과 3선을 노리는 전재수(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빅매치가 성사됐다. 서 의원은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여 부산진갑에서 지역구를 바꿨고, 전 의원이 단수 추천되면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북을 선거구는 아직 대결 구도가 확정되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손상용 전 부산시의회 부의장,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제오수 예비후보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정명희 전 북구청장을 일찌감치 전략공천하고 상대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강서에서는 각각 단수 추천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과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일전을 치른다.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사상에서는 국민의힘이 김대식 전 경남정보대 총장을 단수 후보로 추천했다.

민주당에선 3인 경선에서 비례대표를 지냈던 배재정 전 의원이 서태경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김부민 전 부산시의원을 꺾고 재선에 도전한다.

사하갑에서는 부산대 총학생회장 선후배 관계인 민주당 현역 최인호 의원과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겨룬다.

남해 향우회의 영향력이 큰 이 지역에서 남해 출신인 이 전 부시장이 현역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큰 관심사다.

사하을에서는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5선 조경태 의원과 정호윤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공천장을 두고 다투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4차산업 전문가로 영입 인재 2호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험지 출마를 자처한 후 지역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낙동강 벨트는 여야 후보 개인의 역량과 노력 외에 권역 전체의 '바람'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판세를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 선거구 통합 남구 여야 현역 대 현역 대결
제22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갑과 남구을 선거구는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돼 이례적으로 여야 현역 의원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남구갑 선거구 현역인 국민의힘 초선 박수영 의원과 남구을 현역인 민주당 재선 박재호 의원이 맞붙게 된 것이다.

두 의원 모두 선거구 합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오래전부터 본인 지역구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상대방 지역구에서도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운동 전략을 짜는 등 표심을 공략해왔다.

박수영 의원은 경기도 부지사, 경제투자실장 등을 지냈고 행정안전부,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얻은 국정 경험을 내세워 정책적·행정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능력 있고 힘 있는 여당 의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박재호 의원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 남구에서 재선을 할 정도의 탄탄한 지역 기반에다 3선에 성공하면 중진 의원의 힘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남구는 보수세가 다소 강한 지역이지만 초선 현역 대 재선 현역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 선거 때마다 박빙 승부…기장·중·영도 관심
기장군 선거구에서는 현역인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과 민주당 최택용 후보의 본선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무소속으로 3차례 연속 기초단체장을 지낸 오규석 전 군수의 총선 출마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오 전 군수의 무소속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오 전 군수가 출마했을 때 득실을 따지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정 의원과 최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도 맞붙었는데 정 의원이 최 후보에게 4천480표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다.

부산에서 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 중 하나인 중·영도 선거구 대결 구도도 관심사다.

여당에서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선을 거쳐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에서는 2인 경선에서 박영미 전 지역위원장이 김비오 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누르고 금배지에 도전한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산 18석 중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2석, 해볼 만한 지역까지 포함하면 최대 5∼6석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중도·무당층의 정권 심판 심리가 얼마나 작용할지와 선거일 직전까지 정치적으로 어떤 '바람'이 불지가 부산 총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