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보트' 쥔 국민연금…수책위 결정에 촉각 [주총 '조커' 국민연금①]

주총 시즌 개막에 국민연금 행보 촉각
소액주주 및 외인 투자자들 표심 영향
소유분산기업에 비판적 목소리 내기도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표심 잡기 치열



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오르자, 국민연금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표심을 잡기 위한 상장기업 주주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입니다.

올해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자는 '밸류업(Value-up)'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결정 하나하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대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3월의 조커' 국민연금을 향한 상장기업 주주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각각 삼성물산과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주주총회에서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선택은 표 대결의 승자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과 영풍, 금호석유화학과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등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싸움에서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분율이 적어도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 주주들의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캐스팅 보트'로 여겨집니다.실제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7.01%(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하지만, 밸류업 분위기 속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를 등에 업은 행동주의 펀드들은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입니다.

[류영재 / 서스틴베스트 대표: 국민연금이 어떤 의결권 행사 방향으로 가느냐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안건은 국민연금이 원하는 대로 통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의식 안 할 수가 없어요. 다음 연도에 안건을 상정할 때는 국민연금이 과거에 어떻게 의결권 행사했는가를 염두에 두고 안건을 상정하게 되는 효과를 갖겠죠.]

통상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 맡기는데, 이번에도 수책위가 주요 투자기업의 주총 안건을 대신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각 기업마다 주총 날짜가 임박하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합니다.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밸류업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의 큰손을 사로잡기 위한 주주들의 막판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주주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취재: 양진성, 영상편집: 김정은, CG: 차은지
김대연기자 bigkit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