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마친 시진핑에 "시험대 올라 vs 덩샤오핑급 걸출한 개혁가"

홍콩매체 "향후 당 리더십 강화 효율성 여부 판가름"…관영매체 '릴레이 찬양' 엇갈린 시선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1인 체제를 공고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라보는 중화권 매체의 엇갈린 시선이 대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시진핑 집권 3기 2년 차에 진행된 올해 양회는 총리 권한을 '축소'하는 국무원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시대 이후 형식적으로 유지되던 '당정분리'의 종언을 법적으로 명문화시켰다.

전인대의 하이라이트인 총리의 내외신 폐막 기자회견도 30여 년 만에 폐지됨으로써 리창 총리의 존재감은 미미해졌지만, '당의 핵심'으로 규정된 시진핑 주석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부각됐다는게 국제사회의 대체적 평가다.

외신들은 대체로 이번 양회가 시 주석의 권력과 통제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이번 양회가 주는 주요 시사점을 4가지 키워드(통제강화·하이테크 추진·경제적 신뢰회복·새로운 인선 없음)로 분석한 기사에서 통제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방송은 총리 기자회견 취소 등을 거론하면서 "마오쩌둥 독재정권의 혼란 이후 전면에 등장한 집단지도체제(집단적 리더십) 전통은 시 주석 치하에서 다시 한번 뒷전으로 밀렸다"면서 "내각 역할을 하는 총리와 국무원은 시 주석이 정부와 정부 메시지에 대한 당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짚었다.

홍콩 매체들은 이번 양회로 "공산당 리더십이 강화됐다"며 이같은 분석에 일부 동의하면서 "중국이 직면한 도전이 당 리더십 강화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사설에서 "이번 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대표들은 당의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최종적으로 손질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국무원 기관들은 이번 조치로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하고 기술 혁신을 보장하는 (당의) 새로운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민은행이 국무원 직속기구로 편입된 것에 대해서는 금융 초강국을 만들겠다는 시진핑 주석 목표의 핵심이 중앙은행이란 점에서 그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소비 시장 침체, 경제 부진, 부동산 시장 혼란, 미중 무역전쟁 심화 등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SCMP는 "중국이 올해 제시한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달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추가적인 승인이나 감독이 더해진다면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 공약을 이행하는 데 1년이 걸리고 기술 혁신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시간은 모든 면에서 당 리더십의 효율성을 드러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조는 당 장악력 강화라는 새로운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시진핑 지도부의 몫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진핑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왜 덩샤오핑 이후의 또 하나의 걸출한 개혁가로 여겨지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시 주석을 덩샤오핑에 필적하는 개혁가로 규정했다.

통신은 "두 지도자는 중국을 현대화하겠다는 동일한 임무에 직면했지만, 그 배경은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며 "시진핑은 전임자들 영예에 안주하지 않고 개혁을 수행하는 데 전념했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어떻게 역경 속에서도 개혁을 추진하고 기득권을 해체하는가'란 제목의 별도 기사에서는 무관용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당내 개혁, 공정한 경쟁을 위한 법률개정 등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통신은 '시진핑표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민의 행복'이라고도 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시진핑 총서기의 2024년 양회 참석을 기록한 13분 가량의 별도 프로그램을 제작,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소개하고 그의 행보를 찬양하는 전문가들의 논평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신화통신은 '시진핑의 양회 시간'이라는 기자 칼럼을 통해 시 주석이 양회 기간 대표단들과 나눈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인민을 중시하는 시 주석의 면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처럼 찬양 일색인 관영 매체들의 보도는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얼마나 공고한지, 당의 언론 통제가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짐작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