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사치라고요? 삶이 이미 예술인 걸요 '목포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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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햇살이 내려앉은 골목의 담벼락에 ‘큰딸 서울 딸 그렇게 이뻐 죽것소’로 시작하는 시가 쓰여 있다. ‘결혼해 갓고 살믄 좋을 것인디’, 좋은 사람 만나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80세 노모의 당부 같은 넋두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목포 자랑, 북교동 예술인 골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큰딸이어라우 / 낮에는 낮밥 먹었는가 전허고 / 저녁에는 잘 자라고 전화허고 / 하루도 안 빼먹고 전화헌당게 / 그랑게 제일 큰딸이 좋지라우” 바로 옆에 89세 어르신이 남긴 시도 주인공이 큰딸이다.시의 제목은 ‘큰딸 자랑’인데 자음 한 획에 나뭇잎이 닿아 ‘큰딸 사랑’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기자가 큰딸인지라 속으로 이 시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목울대가 뜨겁고 꽉 메어서 눈에 힘을 주어야 했다.걷다가 멈춰서 눈물을 삼키게 하는 이 거리의 이름은 ‘북교동 예술인 골목’이다. 목포를 넘어 대한민국 근현대 문화를 이끈 주역들의 삶이 이 거리에 묻어 있다.1907년생으로 운림산방 3대 주인이자 호남 전통회화의 거봉이 되는 남농 허건, 1903년생 여성으로서 최초의 장편소설을 남기고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박화성, 1897년생으로 <산돼지> <난파> 등 표현주의 희곡에 식민지 지식인의 당당한 목소리를 투영한 김우진,1942년생으로 평론의 기준이 된 전무후무한 문학가 김현, 1924년생으로 <산불> <밀주> 등 사실주의극의 모범이 되는 수많은 작품을 남긴 극작가 차범석. 태어나 떠난 시기는 각자 달라도 목포 북교동 이 거리를 무대로 그들이 남긴 작품들은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열어 보인다.이들이 태어나 작품활동을 했던 시기를 짐작하면 예술은 차가운 대접을 받았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말과 얼을 뺏긴 일제강점기가 지속됐고, 다른 이념 속에 총구를 겨누었던 6·25전쟁도 겪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그렇게 굴곡졌고, 아팠고 배고팠다.당대의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품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 넉넉지 않아도 나누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힘’을 담았다. 얼마나 다행인가, 낮고 후미진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이 있다는 것은, 좀 더 가진 사람이 갖지 못한 삶을 떠올리는 것은. 더없이 아프고 배고픈 시절에 예술이 밥은 못 되어도 밥을 뜰 마음, 살아갈 의미를 찾게 한다.불편한 것들이 편리해지고, 배고픔 대신 살찔 것을 염려하는 오늘날도 예술의 역할은 다르지 않다. 어떤 노랫말에 마음이 쿵 내려앉고, 한 줄 문장에 그 사람 처지를 생각하게 된다면 예술은 예술로서 제 일을 다한 것이다. 북교동 예술인 골목, 여든 할머니의 시처럼 말이다국제 무역항으로서 목포의 희로애락
목포역에서 10여 분 거리의 원도심은 ‘1897 개항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해 있다. 1897년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개항한 목포는 빠른 속도로 대중문화가 전파되고, 거리에는 영사관, 우체국, 은행, 소방서 등 관공서 건물이 속속 세워졌다.목포를 여행할 때 1897 개항문화의 거리는 이제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되었다.구 목포일본영사관이던 건물은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변모했다. 유달산을 등지고 세워진 붉은 벽돌의 건물은 국제 무역항으로 목포의 어제,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 등 굵직한 목포의 역사를 조명한다.걸어서 10분 거리의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은 지난 2022년 9월,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으로 새로운 문을 열었다. 1929년 일제강점기에 세운 건물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힘으로 설립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당시 일본 자본에 대항하는 호남 지역 인사들의 순수 자본으로 호남은행 목포지점을 건립한 것이다.묵직하고 다부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물은 근대 개항도시 목포에서도 유일한 근대 금융계 건축물이다. 1층은 호남은행 역사실, 근대문화 가상현실(VR) 체험을 할 수 있는 모던타임즈, 레트로 골목길·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벤트홀과 근대문화체험존으로 운영하는 레트로 카페에서는 2023년 초 개항문화의 거리를 무대로 열린 패션 브랜드 슬링스톤의 근대의상 패션쇼의 의상과 당시 런웨이 장면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2층은 1930~1970년대 우리나라를 빛낸 명곡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그때 그 음악 전시관, 이난영과 음악가족을 주제로 한 기획전도 만날 수 있다.
여정의 즐거움
어문당 근대역사관점목포는 우리나라 최대의 갈치 집산지다. 깊은 수심에서 그물로 잡아올린 목포의 갈치는 일명 ‘먹갈치’로 통한다. 석쇠에 올린 두툼한 먹갈치는 고소함이 배가되고, 조림으로 먹을 땐 감칠맛이 혀에 착착 감긴다.전남 목포시 해안로173번길 45
청해식당우연히 들렀다가 너무 맛있어서 재방문한 청해식당(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앞에 자리한다). 인상 좋으신 사장님은 터 잡은 지 8년째라고. 야들야들 달달한 꽃게무침에 시원한 황태국, 손이 가는 찬까지 백반 한 끼 만족도는 10점!
전남 목포시 해안로 175
항구포차삼학도크루즈 앞 광장에 조성된 항구포차.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도 남기고 크루즈 이용 후 포차에서 싱싱하고 맛 좋은 수산물까지 즐기면 목포에서의 완벽한 여행이 마무리된다.
전남 목포시 삼학로92번길 104
여정을 돕는 10pick
1897 여행자 쉼터근대 건축물과 적산가옥 등 국가등록문화재가 밀집된 목포 원도심. 첫 여행이라면 1897 여행자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며 여행 정보도 얻자.전남 목포시 번화로 24-1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
1929년 일제강점기에 호남 지역 인사들의 순수 자본으로 세운 호남은행 목포지점. 지난해 9월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으로 재탄생했다.
전남 목포시 해안로249번길 3
목포대교항구도시 목포의 어제와 오늘을 비추는 목포대교는 국도 제1호선 자동차 전용도로 교량으로 지난 2012년 개통했다. 날아오르는 학을 형상화한 두 개의 주탑이 아름답다.
전남 목포시 해안로 2, 신안비치호텔에서 바라본 목포대교
전남 목포시 해안로249번길 3
목포대교항구도시 목포의 어제와 오늘을 비추는 목포대교는 국도 제1호선 자동차 전용도로 교량으로 지난 2012년 개통했다. 날아오르는 학을 형상화한 두 개의 주탑이 아름답다.
전남 목포시 해안로 2, 신안비치호텔에서 바라본 목포대교
불꽃축제
낭만의 목포항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 삼학도크루즈. 목포대교, 평화광장 인근의 갓바위 야경, 선상에서 열리는 불꽃축제가 황홀하다.
전남 목포시 삼학로92번길 104
고하도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을 때 첫 번째 행선지였던 고하도. 해상 덱을 따라 서남해안권 수문장 목포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전남 목포시 고하도안길 234
목포자연사박물관
공룡 화석부터 해양생물까지 흥미로운 전시물로 가득한 목포자연사박물관. 건물 양쪽에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목포문예역사관도 자리한다.
전남 목포시 남농로 135
목포항
목포항을 중심으로 수산시장, 여객선터미널과 함께 젊은 에너지로 가득한 유달유원지도 자리한다. 목포 핫플로 개성 있는 카페, 펍도 들러보자.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59
목포미식문화갤러리 해관1897
한국만의 매력과 지역 특색을 갖춘 유니크베뉴, 목포미식문화갤러리 해관1897은 국제 무역항 목포, 맛의 도시 목포를 조명한다.
전남 목포시 해안로 179북교동 예술인 골목
북교동 예술인 골목은 근현대 문화예술의 산실로서 박화성, 김진섭, 차범석, 김현, 김우진과 관련한 공간,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다.
전남 목포시 차범석길23번길 일대
목포해상케이블카
유달산, 고하도, 북항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목포해상케이블카.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하차 시 고하도 해상 덱을 쉬이 둘러볼 수 있다.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240, 북항 스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