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 다투는 현장서 빛봐"…공무원 노트북 '온북' 기대감↑

통일부 기획조정실 사무공간. 통일부는 지난해 11월 온북을 도입했다. / 사진=통일부
#지방자치단체 복지 공무원 A씨. 현장 면담 후 업무 처리를 위해 사무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민원인들이 창구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 항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온북 노트북 도입 후 항의가 사라졌다. 현장에서 온북을 활용해 빠른 업무 처리가 가능해져서다. 창구 민원인은 대응이 빨라져 만족도가 높고, A씨는 불필요한 사무실 복귀 시간 대신 더 많은 민원인을 만나 효율성을 높였다.
#구청 재난방재과에 근무하는 공무원 B씨. 가축전염병, 홍수, 산불 등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사무 업무를 볼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온북 도입 후 B씨는 현장에 온북을 챙겨간 다음 현장 상황을 온북을 이용해 곧바로 정리해 서류 업무의 신속성을 끌어올렸다. 온북을 통해 지급된 노트북으로 화상 회의까지 참여하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돼 골든타임 확보에도 도움이 됐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향후 몇년 내 이같은 모습이 공무원 사회의 표준이 될 전망이다. 2027년 중앙 부처에 온북 보급이 9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2022년 온북 사업이 도입될 당시만 해도 우려가 많았지만 사용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공무원 사회에 온북이 안착했다는 평가다.온북은 공무원이 어디서나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으로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성을 갖춘 업무용 노트북이다. 그동안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는 보안 때문에 업무망과 인터넷망 접속을 구분했다. 이를 위해 2대의 PC를 사용하도록 해 업무를 보려면 반드시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만 했다. 온북을 도입하면 언제 어디서나 자료 접근이 가능해 공무원 사회의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부터 국정원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정부기관 및 민간기업과 협업해 온북 개발에 나섰다. 온북은 일반 노트북보다 보안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엄격한 보안 인증을 통과해야만 암호화된 저장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내부망에 접속해도 자료 유출 위험이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공무원이 외국 출장을 나갈 때도 온북을 통해 부처 내부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어 빠른 현안 대응이 가능하다.

온북 도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현재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국방부, 통일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등에서 온북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지난해 시범사업 위주로 진행된 온북은 올해 본격 도입이 이뤄진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높은 만족도가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가 2022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A씨는 "사회복지직처럼 현장 방문이 많은 경우 현장과 사무실을 자주 이동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온북이 생기면 24시간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현장 방문 후 즉시 '페이퍼 워크'가 가능해 업무의 효율성이 대폭 높아졌다"고 말했다.

B씨는 "재난 분야 같은 경우 촌각을 다투는 대응이 중요할 때가 많다"며 "현장 업무와 사무실 업무 사이의 벽이 온북으로 사라지다 보니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IT 업계도 분주하다. 국내에선 티맥스그룹과 한컴그룹이 온북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양사의 기본 OS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개발한 '구름 플랫폼'이다.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기반 업무 환경을 지원하고자 오픈소스 리눅스를 활용했다. 티맥스그룹의 'Tmax구름'과 한컴그룹의 '한컴구름'은 구름 플랫폼을 바탕으로 각 사에서 자체 개발한 개방형 OS다. 핵심은 보안 기능이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활용되는 만큼 보안 유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효율성만으로 온북사업이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특히 티맥스그룹은 지난해 연말 클라우드 기반 OS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티맥스클라우드가 티맥스OS를 합병했다. 이후 티맥스OS에서 담당하던 온북 사업을 티맥스클라우드가 이어오고 있다. 티맥스그룹 관계자는 "올해부터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공무원 사회에도 긍정적 요소들이 반영되는 새로운 근무 문화가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