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서열 2위' 트엉 국가주석, 취임 1년만에 전격 사임(종합2보)

역대 최연소 취임해 최단명 주석으로 기록
공산당 중앙위 "당규 위반으로 사직서 제출"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보 반 트엉(53) 국가주석이 취임 1년 만에 전격 사임했다. 20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임시 회의에서 트엉 주석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

트엉 주석은 당규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요청했고, 당이 이를 수락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트엉 주석이 당원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관한 규정, 공무원과 당원에게 모범을 보일 책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규 위반과 '결점'이 여론, 당과 국가와 그 자신의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당과 국가, 국민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식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트엉은 52세였던 지난해 3월 역대 최연소로 국가주석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2026년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로써 그는 베트남 역대 최단기간 재임 국가주석으로도 기록됐다.

임명 당시 당 상임 서기였던 트엉은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남부 빈롱성 출신인 그는 2004년 호찌민 12군 당서기에 임명된 뒤 출세 가도를 달렸다. 2016년 당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원이 됐고 당 중앙선전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현재 베트남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부패 척결'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쫑 서기장이 부패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이후 권한 남용, 횡령 등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당규 위반 내용 등 트엉 주석의 구체적인 사임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패 척결 작업과 관련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국은 최근 트엉 주석이 과거 인민위원장이었던 꽝응아이성의 인프라 개발 회사와 관련된 비리 조사를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엉 주석의 전임인 응우옌 쑤언 푹 주석도 지난해 부하 공직자들의 비위 행위에 책임을 지고 돌연 사임했다.

당시 푹 주석이 고위급 인사들의 비위 행위와 연관돼 사직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국가주석 사임을 공산당 내부 권력 투쟁 결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후임 국가주석 등 베트남 최고 지도부 권력 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베트남 국회가 '인사 문제'를 이유로 21일 특별 회의를 소집하면서 트엉 주석 사임설이 흘러나왔다.

국회는 임시 회의에서 트엉 주석 사임에 관한 당의 결정을 승인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