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학회, 한국전쟁 후 처음으로 학술대회 중단 선언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으로 맞서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대기하는 가운데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외과계 대표 학술단체인 대한외과학회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학술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한외과학회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5월 개최 예정이었던 춘계학술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한외과학회는 1947년 학회 전신인 조선외과학회가 창립한 뒤 매년 학술대회를 열었다. 그동안 학회가 멈춘 것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2년 간 이었다. 학회 측은 "학술대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73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한 뒤 외과 지도전문의들은 수련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학회에서 새롭게 준비한 전공의 술기 교육 과정은 파행 운영될 위기에 처해 있고 전공의 수련 과정 중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할 연구 과정도 중단됐다"고 했다.

이들은 "학술대회는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나누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의 축제와 같은 행사"라며 "학회 상임이사회는 전공의 없이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쟁때만 있었던 '춘계학술대회 미개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학회 기간 현안을 중심으로 외과 대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수십 년간 누적된 필수 의료현장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돌아보고 미래 세대 의료시스템 혁신을 위한 주제로 구성할 예정이다.학회 측은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취소는 단순히 하나의 학술대회가 취소되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의료의 단절을 의미한다"며 "국내 모든 외과 의사는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의료 파행 사태가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세를 통해 조속히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