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문화(연극 '푸드' 연출 "식사 중시하는 한국 관객…)

연극 '푸드' 연출 "식사 중시하는 한국 관객 반응 어떨지 설레요"
"한국도 6m 크기 식탁서 식사하는 일은 없죠"
관객이 와인 마시고 메뉴 주문하는 연극…"처음 경험해야만 하는 퍼포먼스"
"관객들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음식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길래 공연을 올리는 것일까'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부터 관객은 계속 머릿속으로 공연에 함께하는 것이죠."
오는 4∼7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푸드'에서 관객들은 무대 위에 설치된 가로 6m, 세로 6.5m 크기 식탁에 둘러앉는다.

포도주를 마시고, 메뉴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정작 음식을 먹는 일은 없다.

모든 음식은 작품의 유일한 출연자이자 연출인 제프 소벨의 입으로 향한다. 소벨은 관객에게 음식이 아닌 질문을 대접한다.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지, 식사라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1일 강동문화재단에서 만난 제프 소벨(49) 연출은 "음식은 일상적인 것이라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생각해보면 그 안에 아주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며 "관객은 저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적극적으로 공연을 받아들이고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전에 관객에게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을 피한다는 그에게서 '푸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15분 동안 9천 칼로리(㎈)에 달하는 음식을 먹어 치운다'는 외신의 공연 리뷰로 무대에서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벨 연출은 "열량을 헤아려 본 적은 없지만 제가 음식을 많이 먹기는 한다"며 "관객분들이 보러 오셔서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경험해야만 하는 퍼포먼스다.

관객이 정보를 가지고 공연을 보면 평가하는 태도가 되지만,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마음을 더 열게 된다"고 말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관객은 음식을 먹지는 않으나 무대에서 자기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공연에는 동시통역이 함께하며 배우와 관객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소벨은 "제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며 "'푸드'는 저에 대한 공연이 아니라 관객에 대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초연한 '푸드'는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27회 전회차 매진을 기록했고 최근 호주 공연을 마쳤다.

'푸드'가 아시아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소벨 연출은 공연하는 도시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이 매번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기억에 남는 관객 중에는 공연을 보러 왔다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 커플도 있었다.

그는 특히 언어도, 식사 문화도 다른 한국에서 열리는 공연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 관객이 공연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공연 준비단계부터 통역사와 대본을 공유하며 호흡을 맞춰나갔다.

소벨 연출은 "관객과 다른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든 음식과 식사를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유독 한국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동체가 함께 모여 식사하는 문화가 있어 서로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이렇게 큰 식탁에서 식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제프 소벨은 프랑스 파리 레코크 학교에서 피지컬 씨어터(신체극)을 배운 뒤 본격적인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레코크 학교에서 일상 공간을 무대로 옮기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경험을 살려 일상적인 주제를 낯설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푸드' 이전에는 사물을 소재로 한 '더 오브젝트 레슨'과 집을 소재로 한 '홈'을 시리즈로 제작했다.

그는 "일상적인 공간은 무대에 올라가면 원래의 의미를 초월해 더 특별하고 빛나는 공간으로 변한다"며 "'푸드' 역시 레코크 학교에서 배운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벨은 극장에 모여 공연에 참여하는 일이 관객에게 건강한 경험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갈수록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기에 극장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저는 늘 사람들을 모으는 것을 즐겨요.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그 안에서 관계가 발생하는데, 그 관계로 인해 사람들의 심장이 뛰는 것을 보는 일이 재밌습니다. "
연극 '푸드'는 4월 4∼7일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뒤 12일부터 공주문예회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순회공연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