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주년 나토 그늘진 생일…몸집 키웠지만 불협화음도 커져

12→32개국으로 확장에 흔들리는 단일대오
첫 여성 수장 탄생 여부도 촉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4일(현지시간)로 창설 75주년을 맞았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된 1949년 미국을 포함해 12개국의 군사동맹으로 출발한 나토는 올해 32개국으로 몸집을 불렸지만 그만큼 단합에도 진땀을 흘리는 중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서방의 집단 안보 기구인 나토는 냉전의 유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냉전이 끝나고 최근 25년 사이 '철의 장막' 반대쪽에 있던 15개국을 받아들이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이같은 확장은 단일대오를 흔들리게 했고 튀르키예 등의 '마이웨이' 행보에 미국의 주도권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2년째를 넘어서고, 스웨덴의 가입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균열이 표출되면서 그늘이 드리운 상태로 75주년 생일을 맞게 됐다.

여기에다 나토 차기 수장을 놓고도 회원국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현재로서는 하반기 교체되는 사무총장 자리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뤼터 총리는 미국을 포함해 약 20개 회원국의 지지를 확보했으나, 튀르키예와 헝가리는 지지를 보류한 상태다.

새 사무총장은 2014년부터 10년째 연임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이 사임하는 오는 10월께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차기 수장 선출은 점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회원국 정상들은 6월 초 유럽의회 선거 이후 유럽연합(EU) 지도부 선출에 앞서 나토 수장이 가려지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에 그간 남성이 독차지해온 나토 수장 자리에 여성을 올리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나토 첫 여성 수장 후보로는 독일 국방장관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등이 물망에 오른다.

또한 역대 사무총장이 서유럽에 쏠렸던 데 반발하는 분위기 속에서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도 관심을 표명했으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즉각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는 오는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나토 외무장관 비공식 회의 이전에 차기 수장 문제를 매듭짓자는 분위기라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