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산업 보호"…베이징 가는 옐런, 2차 차이나 쇼크 막나

전기차 등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美 핵심산업 보호책 모색
WSJ "중국에 수출시장 의존 중단·내수시장 부양 요구할 듯"

중국 방문에 나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2차 차이나 쇼크'를 막을 수 있는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차 차이나 쇼크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값싼 제품이 세계 시장을 뒤덮으면서 일어났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지만 각국의 제조업이 중국산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타격을 받았다.

미국도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등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이 지금은 내수 부진을 수출 확대로 메워 자국 경제를 살리려는 정책을 펴면서 2차 차이나 쇼크가 몰려오고 있다는 분석을 낳는 가운데 옐런 장관의 방중이 이뤄지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오는 9일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란포안 재정부장,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에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수출에 의존하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자국 소비시장을 부양하라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전기차를 비롯한 값싼 중국산 청정에너지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이는 미국 청정에너지 산업의 육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옐런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중국산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데, 중국은 시장을 지배하기를 원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를 비롯한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경고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 사이에 다시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엘런 장관은 대중 관세 인상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핵심 산업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분명히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로, 나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견해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중 관세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등 중국과 교역 문제는 미 대선의 주요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더 많은 보호무역 조치를 선호하는 바이든 행정부 내 다른 관료들과 달리 '비둘기파'로 여겨지는 옐런 장관의 이런 메시지는 중국 측에 더 큰 무게감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중국은 미국 재무부를 자신들과 협력하는 데 가장 개방적인 기관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옐런 장관의 발언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관료들은 미·중의 지정학적 적대 관계에도 옐런 장관에 대해선 양국 무역과 투자를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리펑 부총리는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옐런 장관이 어린 시절부터 암석에 관심이 있었던 것을 알고 희귀 광물을 선물했다고 한다.

이런 우호적 태도가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 때 중국의 정책 결정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WSJ은 관측했다.

방중 기간 회담이 미국이나 중국의 광범위한 정책 변화를 촉발하지 않더라도 상호 무역 보복을 완화하고 전반적인 경제 문제를 조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옐런 장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 내 시각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옐런 장관이 우리의 심각한 우려와 정책 수행 의도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 채널을 중국 경제 지도부와 구축했다"며 "이 모든 것은 중국과의 경제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려는 우리의 아주 중요한 목표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