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볼 돌려준 부부팬 "위협적인 분위기, 오타니 만나지도 못해"

10만달러 이상 가치로 평가받는 홈런볼, 사인 배트 등 받고 돌려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볼 기증이 '미담'에서 '폭로'로 바뀌는 분위기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5일(한국시간) 오타니의 홈런볼을 다저스 구단에 기증한 부부 팬의 '서운한 감정'을 기사에 담았다.

부부 팬은 "경호원들이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홈런볼 기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비거리 131m짜리 대형 홈런을 쳤다. 10년 총액 7억달러(약 9천438억원)라는 역대 프로 스포츠 최고액에 계약한 오타니가 개막 9경기 만에 친 올 시즌 첫 홈런이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을 대서특필했다.

홈런공을 잡은 주인공 암바 로만도 공개됐다. 경기 당일 미국과 일본 매체는 오타니의 홈런볼을 잡은 여성 관객(로만)이 오타니에게 흔쾌히 공을 돌려줬다 보도했다.

오타니는 "무척 특별한 공이다.

돌려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대신 그분께는 공과 모자 2개, 배트 1개를 사인과 함께 드렸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부 매체는 "오타니가 직접 팬을 만나 감사 인사를 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통역 과정에서 "구단과 팬이 직접 소통했다"는 말이 잘못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로만과 알렉시스 발렌수엘라 부부는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홈런볼 회수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오타니를 만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다저스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로만은 "야구장에 올 때마다 늘 공을 잡길 원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념비적인 공을 잡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짜릿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보안 요원들과 만났을 때, 나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은 위협적이었다"고 밝혔다.

로만의 남편 발렌수엘라도 "보안 요원들이 나와 아내를 분리했다.

아내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그들과 대화해야 했다"며 "우리는 금전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저 합당한 대우를 받길 원했다"고 말했다.

부부에 따르면 12명 이상의 보안 요원들이 로만을 둘러싸고 "야구공을 가지고 구장을 떠나면, 구단은 그 공이 오타니의 홈런볼이라는 인증을 거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처음에는 오타니가 사인한 모자 2개를 '홈런볼 기증의 대가'로 제시한 다저스 구단은 사인 배트와 사인볼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부부는 이 기념품을 받고, 홈런볼을 다저스 구단에 내줬다.

디애슬레틱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홈런볼은 구단이 공을 잡은 관중과 '협상'을 해 돌려받는다.

하지만 기념비적인 공은 관중이 소장하기도 한다"며 "구단이 인증하지 않으면, 해당 공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저스 공을 잡은 로만이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저스타디움 기념품 매장에는 2021년 오타니가 로스앤젤레스 에이절스 유니폼을 입고 친 파울볼이 판매대 위에 놓여 있다.

이 공의 '판매 희망 가격'은 1만4천995달러(약 2천28만원)다.

디애슬레틱은 "전문가에 따르면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볼은 10만달러(약 1억3천5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발렌수엘라는 "다저스 구단에 홈런볼을 내준 걸 후회하지 않는다.

돈을 위해 공을 쥐고 있을 생각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저스 구단이 강조한 '팬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다저스 구단은 디애슬레틱에 "홈런볼을 기증한 팬과 추후 다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