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kt, 연장 없이 2시간 19분 혈투…파울 48개 나와

'승장' 조동현 감독 "캐롯에 진 작년과 '반대로' 할 수 있다"
kt 송영진 감독 "파울은 경기의 일환…어쨌든 이겨내야"
울산 현대모비스와 수원 kt가 펼치는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에서는 연일 '혈투'가 이어진다. 7일 경기도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6강 PO(5전 3승제) 2차전은 시작을 알리는 점프볼부터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2시간 19분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4쿼터까지만 치르는 경기는 2시간 안에 끝난다.

5분씩 주어지는 연장전을 치르더라도 2시간 10분을 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날 경기는 연장전이 없었는데도 이례적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신체적으로 워낙 격렬한 경기가 펼쳐져 심판들이 자주 휘슬을 불었다.

각종 경합 상황에 대해 양 팀이 양보 없이 항의하고 각자의 소유권을 주장해 비디오판독도 잦았다. 현대모비스와 kt는 각각 24차례 파울을 저질렀다.

도합 48개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각 팀의 평균 파울 수는 19.7개였다. 가장 많은 팀이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21.2개였다.

이 같은 '이례적 경기'는 양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치열한 신경전을 각오한 결과였다.

조동현 감독은 케베 알루마를 kt의 주포 패리스 배스의 '전담 수비'로 활용했다.

두 선수는 1쿼터부터 심판이 보지 않은 곳에서 팔로 서로를 밀치면서 몸싸움을 이어갔다.
2쿼터 초반 알루마를 대신해 배스 수비를 맡은 최진수는 투입되자마자 배스와 충돌해 나란히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최진수는 심판에게 다가가 배스가 자꾸 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한다고 항의했다.

이날 격전의 승자는 현대모비스였다.

경기 종료 6분여 전 10점 차로 뒤져 패색이 짙어진 현대모비스는 뒷심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고 79-77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을 90-93으로 진 현대모비스는 극적으로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경기 후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1차전을 패하고 선수들에게 '2차전은 무조건 이기자'고 했다.

작년에 우리가 1차전을 이겼는데도 5차전까지 가서 (6강 PO에서) 탈락했는데, 올 시즌은 충분히 (작년의) 반대로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현대모비스는 경영난에 선수 임금 체불 문제가 겹친 고양 캐롯에 밀려 6강 PO에서 발길을 돌렸다.

현대모비스의 전력이 더 좋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격렬한 몸싸움을 불사한 캐롯의 기세에 제 궤도를 찾지 못하더니 탈락했다.

조 감독은 "특히 가드들한테 '상대에 밀려다니면 그 순간 경기가 끝난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렇게 농구하면 답이 없다고 계속 말해줬다"며 "오늘 승리는 선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승리의 1등 공신 알루마 역시 kt와 6강 PO의 향방은 몸싸움과 신경전에 달려있다고 봤다.

그는 "kt와 경기는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임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격렬한 경기가 펼쳐진다"며 "'트래시 토킹'도 많다.

긴장을 풀면 우리의 에너지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트래시 토킹'은 농구에서 상대 선수를 약 올리기 위해 기분 나쁜 말이나 동작을 하는 것을 뜻한다.

10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안방에서 패한 kt의 송영진 감독은 "선수들이 지지 않으려고,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뛰어줬는데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고 실점하는 장면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례적으로 파울이 많았다'는 지적에는 "파울, 그건 경기의 일환이니까 어쨌든 이겨내야 한다. 승리를 따냈어야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