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 AI열풍 이어갈 새 주도주 신흥국서 찾아

TSMC·SK하이닉스·폭스콘 등 이미 주목, 한미반도체도 각광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미국의 주요 관련주들이 급등하자 이제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은 신흥국 시장에서 새로운 주도주가 될 기업을 찾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3배 오르고 미국 반도체제조업 지수는 50%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옵션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시점이다.

골드만삭스는 냉각 시스템이나 전력공급 장치와 같은 AI 공급망 구성 요소 제조업체를 찾고 있다. JP모건은 새롭게 AI 분야 강자로 떠오르는 전통적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선호하며 모건 스탠리는 비기술 부문 기업이지만 AI로 비즈니스 모델이 재편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자산운용의 지타니아 칸다리 투자책임자는 "우리는 AI를 신흥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반도체와 같이 직접적인 AI 수혜 기업에 투자했지만, 앞으로는 수익 향상을 위해 AI를 도입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을 찾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흥국 시장에서 AI 관련 기업 주가는 이미 1조9천억 달러어치 올랐다. 대만 TSMC와 한국의 SK하이닉스가 상승분의 90%를 차지했다.

이처럼 신흥국 기업 주가도 많이 올랐지만 미국 기업들보다는 덜 올랐다.

엔비디아의 예상 수익 대비 주가는 35배지만 아시아 AI 대기업들은 12~19배 수준이다. 신흥국 기업들은 성장도 빠르다.

블룸버그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신흥국 기술 기업의 수익이 전체적으로 6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동종 기업 수익 증가율 전망치 20%보다 훨씬 높다.

지금까지는 TSMC와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AI 랠리 이전부터 이 분야 선두 주자였던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 두 기업과 반도체 제조업체 미디어텍은 대만 주식에 투자하는 JP모건 단일 국가 펀드에 편입돼 있다.

이 세 종목은 지난 5개월 동안 값이 두배로 오른 아이셰어MSCI EM 엑스차이나 ETF의 상위 10개 종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신흥시장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 아누즈 아로라는 "역사적으로 대기업의 공급자였던 기술 기업이 스스로 대기업이 되곤 했다"면서 "관련 기술을 일찍 개발했다는 것은 이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투자는 더 많은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의 한미반도체는 올해 들어 주가가 120%가량 급등하며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종목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몇 주간 외국인 지분율도 증가했다.

베트남에서는 IT 서비스 업체인 FPT가 올해 들어 20% 가까이 오르면서 애쉬모어 EM 프론티어 에쿼티 펀드를 미국의 신흥시장 펀드 중 수익률 1위로 만들었다.

기존 기업이 AI 관련 기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알리바바 그룹이 사우디 텔레콤과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맺는 등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AI 벤처기업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인도의 거대 석유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22개 인도 부족어를 해석할 수 있는 챗GPT 스타일의 새 AI 모델을 개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