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 고용시장 활황…美 금리인하 동력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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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금리 연중 최고치 기록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등 미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상승률과 고용 시장 활황세가 지속되면서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완전히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Fed 올해 금리인하 횟수 전망도
총 3차례서 1~2차례로 떨어져
민간업체 추산 올 연말 美금리
年 4.75%로 Fed 4.6% 웃돌아
다이먼 "최악 상황 땐 8% 될 것"
‘월가의 왕’으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전례 없는 재정 적자와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해 미 기준금리가 연 8%대로 치솟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까지 내놨다.
6월 인하 확률 51%로 ‘뚝’
이날 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46%까지 치솟았다가 연 4.42%에 마감했다. 국채 매도세를 촉발하는 심리적 저항선(연 4.5%)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2년물과 30년물도 각각 연 4.79%, 연 4.55%에 장을 닫으며 넉 달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자산운용사 FS투자의 라라 레임 이코노미스트는 “10년물 금리가 연내 연 5.0%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작년 10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 5.0%를 돌파했다.현재의 높은 기준금리 수준이 더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연초 6~7회까지도 예측이 나왔던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횟수는 현재 1~2회까지 대폭 전망치가 낮아진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ed의 금리 결정을 예측하는 스와프 계약 시장에선 Fed가 오는 9월부터 연말까지 금리를 총 0.6%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게 평균 전망치다. 한 번에 0.25%포인트씩 내리는 ‘베이비스텝’을 가정하면 연내 금리 인하 횟수는 3회가 아니라 2회가 유력한 셈이다.올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하락과 동결에 베팅하는 선물 시장 참가자들의 비율은 절반씩 나뉘어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51.3%로, 한 달 전 73%대에서 2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반면 동결 확률은 26%대에서 48.7%로 상승했다.
장기 기준금리 전망치도 오름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추산한 올 연말 미 금리 전망치는 연 4.75%로, Fed가 지난 3월 FOMC에서 내놓은 점도표상 전망치 중앙값인 연 4.6%를 웃돌았다. 불과 몇 달 전 이 수치는 연 4%에도 미치지 못했다. 채권운용사 핌코 등은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줄였고, JP모간은 첫 금리 인하 시점을 6월에서 7월로 늦춰 잡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대담에서 “Fed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목표 범위 내에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연 8% 상승론’까지
이런 변화에는 물가, 고용 등 미 경제 주요 지표가 견조하게 유지된 영향이 크다. Fed가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월 2.8%(전년 동월 대비)로, Fed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3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 늘어나며 시장 예상치(21만4000건)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미 연방정부의 대규모 지출과 우크라이나·중동에서의 전쟁 등 외부 변수가 미 금리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이먼 CEO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경제 상황에 따라 미 금리는 향후 몇 년 내에 높게는 연 8% 또는 그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각국의 재무장화,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등 여러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서우/오현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