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동력 잃은 尹경제정책…'금투세 폐지' 등 좌초 수순(종합)

상속세·밸류업 감세도 사실상 물건너간듯…예산정책에도 野압박 커질듯
민생토론회發 입법정책도 검증대…野 설득없이 '실현 불가' 정책공백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종전에도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은 마찬가지였지만, 남은 3년의 임기 내내 '거야(巨野)의 장벽'이 이어진다는 것은 윤석열표 경제정책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들이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정부합동 경제정책방향 또는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조치들도 상당 부분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시행령 정치'를 계속 이어가기에는 정책 운용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야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입법 정책'은 좌초 또는 전면 수정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 사실상 '총선승리' 조건부로 수많은 정책을 쏟아낸 정부로서도 정책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야권까지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현실화하지 못하는 '정책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감세 초점' 尹정책, 巨野 장벽에 막힐 듯
당장은 전방위적인 감세 조치들이 검증대에 오르게 된다. 세법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입법을 거쳐야 한다.

일정 부분 '시행령 카드'를 통한 정부 재량이 있지만 큰 틀에서는 입법이 필수적이다.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감세 정책들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민생토론회에서 공식화했다.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고소득자 감세,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모습이다.

전폭적인 상속·증여세 완화 기조도 야당의 손에 운명이 달렸다.

유산세(전체 유산에 과세)를 유산취득세(개인 취득분에 과세)로 바꾸는 과세체계 개편뿐만 아니라, 재계에서 강하게 요구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까지 세부 이슈 별로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야권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제기한 '일부 품목 부가가치세 완화 및 간이과세 기준 상향'도 결국 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증시 밸류업 조치들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자사주 소각 또는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 혜택들이 지분 구조상 대주주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야권의 부자 감세 반대론에 막힐 수 있다.

기업에 지원되는 각종 비과세 조치 역시 국회 재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여당은 반도체 등 주력산업과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액공제 조치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 감세'와 '세수 부족'이라는 반대 논리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입법을 장담하기 어렵다.

연구·개발(R&D)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10%포인트),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안 등 투자 활성화 정책도 불투명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정책은 아무래도 세금 쪽"이라며 "특히 감세에 대해 여야의 시각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 野, '역점사업 예산' 드라이브?…추경 압박 가능성도
재정사업들도 험로가 예상된다.

다만, 세제와 달리 예산은 행정부 권한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

정부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데다, 국회 예산심사에서도 헌법에 따라 정부에 증액동의권이 주어져 있어서다.

야권이 역점사업 예산을 증액하고자 하더라도 정부 동의 없이 관철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야권이 국회 고유의 '삭감 권한'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로서는 윤석열 정부 역점 사업의 예산을 지켜내기 위해 야당 측 역점 사업을 받아들이는 협상이 불가피하다.

추경 예산안 편성 압박도 나올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야권에서는 추경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추경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야권이 정부 기조에 역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전 상황이 반복되면 답답한 정국이 이어질 수 있다.

여당과 대통령실이 입법 주도권을 사실상 상실하면서 가장 난감한 건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다.

당장 내년 세법 개정과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야권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기조와 다른 정책 검토 요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내년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접수된 건의 사항만 1천422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총선 이후 당분간은 각종 특검법 추진 등 정치적 이벤트에 민생 이슈 자체가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총선이 유달리 '정권 심판론' 구도로 치러진 탓이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 현안에 더해 저출산 등 구조적 과제까지 맞닥뜨린 상황에서 경제 정책까지 표류하면 경기 회복, 잠재성장률 개선 등 정책 목표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경제 수장으로서 최상목 부총리의 리더십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이 이재명 대표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 시리즈나 아동수당 확대 등 보편적 지원을 밀고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