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수용자 살해한 20대 무기수 파기환송심서 무기징역

2심 사형서 감형…"아직 20대 후반으로 뉘우칠 가능성 있어"
교도소 안에서 동료 수용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무기수가 파기환송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었다.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대전고법에 파기환송한 판단에 따른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매일 주먹과 발로 동료 수용자의 명치와 복부를 때려 기절시키고, 둔기를 만들어 수차례 내리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피해자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전신에 출혈과 염증으로 숨지게 한 점으로 볼 때 비난 가능성은 다른 어떤 범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치밀하게 살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용자들의 밀집도가 높아지고 운동이 제한된 점 등을 비춰보면 개선·교화의 기회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직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인 만큼 교도소 내의 생활을 통해 중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에 나왔던 온순하고 착했던 모습을 떠올리고 뒤늦게 뉘우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공판은 피고인 출석 없이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A씨는 2021년 12월 21일 공주교도소 수용거실 안에서 같은 방 수용자(42)의 목을 조르고 가슴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가격하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9년 계룡에서 금을 거래하러 온 40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금 100돈과 승용차를 빼앗아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었다.

같은 방 동료 B(29)씨와 C(21)씨도 피해자의 배 위에 올라가거나 망을 보고 머리와 복부 등을 때려 함께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를 빨래집게로 집어 비틀고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 등 가혹 행위를 지속했으며, 이런 사실이 드러날까 봐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가족이 면회를 오지도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2월 1일까지는 지병인 심장질환 이외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피해자는 불과 20일 만에 전신 출혈과 염증, 갈비뼈 다발성 골절 등으로 숨졌다.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생명을 짓밟았고, 재판 과정에서 죄질을 줄이는 데 급급해하는 등 반사회적 성향이 있다고 의심된다"면서도 "피고인이 처음부터 살해할 적극적이고 분명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에게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피고인에게 평면적으로 불리한 정상만 참작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원심의 양정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의 나이가 20대라는 사정 또한 다수의 판례로 볼 때 교정 가능성을 고려, 사형 선고가 정당화되기 어려운 사정 중 하나라며 사실상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감형 취지였다.

대법원이 사형 판결을 확정한 것은 2016년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이 마지막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사형 미결수는 총 59명이다. B씨와 C씨는 징역 12년과 14년의 형이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