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양곡법·농안법 개정 반대 표명…"쌀 공급 과잉 심화"

野, '제2양곡법' 본회의 직회부…농식품부 "막대한 재정 소요로 농업 발전 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국회에서 의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농식품부는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개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양곡법 개정안 골자는 쌀값이 폭락하면 생산자·소비자단체 등이 포함된 '양곡수급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농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농산물값이 기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가격보장제' 시행이다.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로 매수하게 되면 쌀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사용돼 청년 농업인, 스마트농업 육성과 같은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밀, 콩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한 작물 전환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영농 편의성이 높고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 쏠림'이 발생해 과잉 생산이 우려되고, 이로 인해 정부 재정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등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이해 관계자가 포함된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통해 대상 품목을 선정하고 기준 가격을 결정하게 한 것과 관련해서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우리나라의 관련 보조금 한도가 연간 1조4천90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들며 "가격안정제를 시행하더라도 온전한 지급이 어렵거나 국제규범 위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농안법 개정안의 가격안정제가 미국의 제도와 비슷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은 농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가격 손실을 보장하는 프로그램(PLC)과 수입 손실을 보장하는 프로그램(ARC)을 각각 운영하는데, 농가는 두 프로그램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며 "소득 보장과 가격보장 제도를 동시에 추진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이어 농안법 개정에 대해 "농정 방향을 가격 지지 중심에서 농가 소득안정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전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법 개정 대신 수급 관리를 통해 쌀과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재배 면적을 관리하고 농산물 생육 관측과 수급 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번 양곡법, 농안법 개정안은 지난해 상반기 폐기된 양곡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3월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양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재의요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 법안은 폐기 절차를 밟았다.

이에 야당은 두 번째 양곡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이에 더해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는 농안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야당은 두 법안이 농가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지만,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농업 발전을 저해한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의무 격리 시 내년 약 1조원, 2030년 1조4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쌀은 연평균 43만t(톤) 초과 생산돼 산지 쌀값이 오히려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5대 채소류에 대해 평년 가격 기준으로 가격보장제를 시행할 경우 연평균 1조2천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양곡법, 농안법 개정안이 동시 시행되면 한해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양곡법·농안법 개정 시 2027년까지 농업직불제(농업 분야 지원금) 관련 예산을 5조원까지 늘리려는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농식품부는 "본회의 전까지 논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전문가·농업계 등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의견을 모아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수급 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