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악성민원에 철퇴…상습폭언 '블랙리스트' 관리

살해 협박에 차량번호만 1만5천번 문의…"업무차질·사기저하에 적극 대응"
서울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가 상습적으로 성희롱이나 폭언을 하는 악성 민원인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내 메시지를 내보내고 직원에게 보호장비를 주던 기존의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원칙에 입각해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악성 민원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고소·고발을 하고, 상습적 악성 민원인은 일명 블랙리스트(주의 고객)로 등록해 일정 기간 민원 접수를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공사가 답변을 했음에도 3회 이상 반복해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사안이 종결됐음을 통지하고, 그런데도 계속 민원을 낼 경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민원 전화가 연결되기 전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감정노동자 보호 안내가 송출되고, 민원 담당자에게 휴가를 부여하거나 녹음기 등 보호장비를 지급하는 식이었는데 더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악성 민원으로 인한 업무 차질,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총 민원 135만7천384건 가운데 3.8%인 5만1천711건이 악성 민원이었다. 성희롱, 욕설, 폭언, 협박 등 범죄에 해당하는 사안 및 반복적인 억지 주장 등 업무에 방해가 되는 데다 악성 민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사례를 합한 수치다.

접수창구별로는 고객센터가 4만9천322건에 달했고, 홈페이지가 2천213건, 서울시 응답소로 들어온 사례가 176건이었다.

공사에 접수된 실제 사례로는 '멍청하다', '지하철을 개판으로 운행한다'며 모욕을 주거나 자신이 비행기를 놓쳤다며 직원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경우가 있었다. 1년에 열차 차량번호를 무려 1만5천번가량 문의한 민원인도 나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문의해도 일평균 40여건에 이르는 수치다.

공사는 또 악성 민원 대응 차원에서 직원 심리상담을 늘리고 민원 담당자의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해 이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반복되는 악성 민원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해온 만큼 대응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