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잠깐 웹툰 봤다고 상사가 PC 기록 조사하고 시말서 쓰라네요"(종합)

"상사가 벽 보고 서있으라고 하네요…난 아이 아빠인데"
"직장내 괴롭힘 신고했다는 이유로 화장실옆에 책상을"
"온몸 스캔하는 듯한 눈빛은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어"
"대형로펌은 주로 근로자 아닌 기업 측의 법률 대리인"

[※ 편집자 주=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인터뷰 기사는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하기로 했고, 이번 기사는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달 19일 [삶] "나 빼고 자기들끼리만 점심식사 가네요…나도 밥먹어야 하는데"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기사는 24일 [삶] "지문인식 출입문 안 열리네요…회사에 성희롱 하소연했더니"라는 제목으로 각각 송고됐습니다.

]
"온몸을 스캔하듯이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특정 부위를 계속 쳐다보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를 하면 사업주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동료 사원은 사내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지난달 5일과 15일 대면 인터뷰, 30일 전화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의 다양한 갑질과 성희롱 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시선에 의한 성희롱은 직장 내 갑질에 해당한다"면서 "성희롱은 피해자가 굴욕감, 혐오감을 느꼈는지 여부와 함께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라면 어떠했을지 여부도 조사해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성희롱이 아니더라도 직장 내 갑질은 많다.

직장갑질119 공개 채팅방에서 근로자들이 하소연하는 내용을 보면, 상사가 자기 옷과 같은 수준의 명품을 안 입고 다닌다고 해서 사회생활을 못 한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화장실과 탕비실에 가는 횟수를 제한하는 상사도 있다. 간 건강이 안 좋은 부하 직원에게 주량을 늘려주겠다면서 이틀 연속 원샷을 강요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벽을 보고 서 있도록 하는 상사도 있다.

어떤 잘못에 대해 사유서(반성문)를 계속 고쳐오라고 하면서 가족한테 피드백을 받아오라고도 한다.

윤 대표는 "이런 행위들은 앞뒤 맥락과 상황을 봐야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갑질. 괴롭힘을 당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직장갑질119에 상담을 요청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근무 조건, 근무 환경의 문제"라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직이 노동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윤 대표는 금융기관에 취업했다가 1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0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합류한 그는 작년 말까지 13년간 이주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청소노동자, 요양보호사, 골프장 캐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변론 활동을 해왔다.

그는 공감의 변호사로 일하면서 2017년에는 직장갑질119 창립에 참여했다.

올해 2월 말부터는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 직장갑질119에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듯하데, 어떤 내용인가.

▲ 여성의 외모에 대해 품평하는 경우가 있다.

"너 왜 이렇게 뚱뚱하냐?", "살 좀 빼라", "쭉쭉빵빵하다" 등이 그런 내용이다.

상사가 여직원에게 "치마 좀 입고 다니면 안 되느냐"고 하는 것도 성희롱이다.

회식 자리에 가면 회사 대표 양옆에 여직원을 앉히고는 술을 따르게 하는 상사도 있다.

그러면서 "여자가 술을 따라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내가 사법연수원에 다녔던 시절에도 교수 옆에는 여성 원생을 앉히는 일이 많았다.

남성 연수생들이 그렇게 자리를 배정한 것인데, 이것도 성희롱이다.

-- 사법연수원생들은 성희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나.

▲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는 한해에 1천명씩 사법고시 합격자가 나올 때였으니 연수원 동기들은 16개 반으로 나뉘어졌다.

그때 우리 반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반에서도 알게 돼서 우리 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회의 주제는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누가 누설했는지 색출하자는 것이었다.

-- 성희롱 중에는 눈빛에 의한 것도 있다고 하는데.
▲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사람이 있다.

눈알을 돌리면서 사람의 외모를 스캔하듯이 본다.

특정 부위를 노골적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성희롱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데, 시선에 의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상 기타 성희롱에 들어갈 수 있다.

-- 20대, 30대 여성들 사이에는 '시선 강간'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던데.
▲ 사람 신체의 특정 부위를 불쾌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젊은이들이 그걸 그렇게 표현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런 행위를 성희롱으로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다.
-- 직장 상사가 성매매 업소에 간 이야기를 하면서 여자 직원에게 "너의 남친도 그런 곳에 갔을 것"이라고 했다면.
▲ 이런 사례로 상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행위는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이다.

당연히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

-- 여자 선배가 상의를 벗은 남친 사진을 보여줘서 불쾌하다는 사람도 있던데.
▲ 이 사안은 앞뒤의 맥락을 봐야 한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목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남친을 자랑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사진의 내용이 어떤지도 봐야 한다.

상의를 벗은 모습이라고 하는데, 상체 뒷면 등 쪽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야 이 사안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성희롱 여부를 판정할 때 피해자 느낌이 절대적이라고 하던데.
▲ 잘못 알려진 것이다.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만 고려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다고 해서 무조건 성희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객관적 기준으로도 살펴서 판정한다.

-- 남성들이 성희롱당하는 일도 있나.

▲ 야한 동영상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직장갑질119에 상담을 요청하는 남성들이 꽤 있다.

선배가 야동(음란 동영상)을 단톡방에 올려놓거나 야동을 보내라고 하는 일이 있는데, 이런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성희롱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남성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꽤 있다.

자신이 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상황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희롱은 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를 보고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피해자다.

그래서 성희롱은 근무 환경의 문제다.

-- 성희롱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나.

▲ 사업주가 직원들에게 성희롱하면 남녀고용평등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근로자가 성희롱했을 경우, 법률상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사내 징계가 이뤄질 수 있다.
-- 성차별적 괴롭힘이란.
▲ 섹슈얼한 의미가 들어있지 않으면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있다.

사례 중에 갓 들어온 여직원에게 "여자와 북어는 패야 말을 듣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가 마흔 넘으면 더 이상 여자가 아니다"라고 하기도 한다.

화분에 물 주기, 커피 타오기 등을 여성들에게 시키는 경우도 있다.

남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왜 이렇게 힘이 없어"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나이 어린 관리직원이 청소하시는 여성분에게 '아줌마'라고 호칭하거나, 나이 든 상사가 어린 여직원에게 '아가'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과 근로기준법상 성차별적 괴롭힘의 처벌 수위는 비슷하다.

-- 여직원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하는 상사가 있나.

▲ 어떤 여직원은 회사 대표가 커피를 계속 타오라고 하자 회사 담당 부서에 요청해 커피머신을 들여놨다.

그런데도 대표의 커피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참다못한 여직원은 대표에게 커피머신이 있는데 왜 자꾸 커피를 타오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 대표는 "네가 탄 게 맛있다"고 했다.

그 여직원은 비서도 아닌데 그런 일을 해야 했다.
-- 상사가 직원에게 벽을 보고 서 있으라고 한 사례도 있던데.
▲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신고했다는 이유로 화장실 옆에 책상을 놓고 그곳에서 일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망신을 줘서 제 발로 회사를 나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요즘에도 의외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 근무 시간에 잠깐 웹툰을 봤다는 이유로 상사가 컴퓨터 기록을 조사하고는 시말서를 쓰라고 했다는데.
▲ 이 사안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평소에 이분의 근무 행태가 어떠했는지, 상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컴퓨터 기록을 조사했는지, 웹툰을 본 것이 시말서를 쓸만한 사안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여부는 기본적으로 가해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는지, 가해 행위가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섰는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해를 끼쳤는지,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케이스마다 종합적으로 상황을 살펴야 한다.

기분이 나쁘다고 괴롭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갈등과 괴롭힘은 구분해야 한다.

-- 간 건강이 안 좋은데, 주량을 늘려주겠다면서 선배가 강제로 술을 먹이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하나.

▲ 그런 일이 종종 있다.

간 수치가 높고, 술이 약한데도 억지로 원샷을 하도록(한꺼번에 마시도록) 한다.

결국 술 때문에 토하고 쓰러졌는데, 다음날 또 불러서 술을 먹인다.

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

--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자기와 달리 명품 옷을 입지 않았다면서 사회생활을 못 한다고 한다면.
▲ 이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본다.

복장은 업무와 상관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발언은 개인의 경제적 문제까지 지적하는 행위다.

즉 "너는 명품도 못 입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인 거냐?"라는 뉘앙스를 가진 발언이다.
-- 직장 내 갑질이 많이 일어나는 곳 중 하나가 병원이라고 했는데.
▲ 병원은 노동강도가 강한 곳이다.

늘 긴장된 상태로 일을 해야 하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폭언하는 일이 꽤 있다.

-- 의사들은 수술방에서 수술용 칼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고 하던데.
▲ 그런 일이 생기면 피해자는 의사와 분리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병원 측은 의사를 다른 과로 배치하기가 어렵다.

당장 수술과 진료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원치 않게 피해자인 간호사가 다른 과로 옮겨가기도 한다.

가해자를 징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근무 환경이다.

이를 위해 징계 대신 가해자의 사과와 다짐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러나 의사가 악의적으로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면 징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괴롭히는 '태움'은 여전히 계속 일어나고 있나.

▲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에게 교육한다면서 가하는 괴롭힘이다.

주로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생한다.

후배 간호사가 모니터 내용을 보고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자 선배 간호사가 "눈깔을 빼서 씻어줄까?"라고 폭언한 사례도 있다.

간호사는 부족한데 병동은 24시간 돌아가야 하고, 업무는 힘드니 이런 문화가 생긴 듯하다.

아직도 이런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

-- 과거에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 춤을 요구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하던데.
▲ 그날은 내가 직장갑질119 단톡방 상담 당번이었다.

공개 채팅방에 한 간호사가 들어와서는 하소연했다.

병원 측이 개원 기념일에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짧은 치마를 입도록 하고, 춤도 야하게 추도록 한다고 했다.

그 간호사는 매년 그렇게 관행적으로 해왔는데, 환자를 돌보는 일에 충실해지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에 이 사안은 사회 이슈가 됐고, 그것은 그 병원에 노조가 생기는 계기가 됐다.
-- 본인은 언론사에서도 갑질이 많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 언론사 구성원이 갑질119에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꽤 있다.

언론사는 노동강도가 강하고 선배가 후배를 교육하는 도제 문화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방송사에는 특수고용 문제까지 있다.

회사 측이나 PD가 특수고용직인 프리랜서 등을 괴롭히거나 성희롱하기도 한다.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돼 있고, 직장 내 괴롭힘도 근로기준법에 있는데, 이들 법의 적용 대상자는 근로자들이다.

프리랜서는 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 고용 형태여서 이런 법의 보호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프리랜서는 10년, 20년을 근무해도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제도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
-- 본인은 이재학 PD 사건의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는데.
▲ 그분은 지방의 한 민간 방송사에서 11년간 일을 했던 사람이다.

프리랜서로 고용됐지만 업무 내용은 정규직과 같았다.

급여는 정규직보다 적었다.

이 PD는 자기의 급여는 상관없지만 작가들과 AD(조연출)의 급여는 너무 낮으니 올려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했다.

그 결과, 이 PD가 맡았던 방송 프로그램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분은 앉아있을 책상은 있었지만 출근해도 일할 게 없었다.

결국 소송으로 갔는데, 1심에서 졌지만, 항소심에서는 이겼다.

안타깝게도 이 PD는 1심에서 패소하자 좌절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했다.

-- 법조계에는 갑질이 없나.

▲ 사법연수생 시절에 2개월간 검사 시보를 한 적이 있다.

시보는 실제 검사처럼 검사일을 하며 실습받는 신분이다.

시보 환영식에 다 같이 모였는데, 지청장이 무슨 말을 하면 모두가 듣고만 있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지청장에게 질문을 했는데. 나중에 지도 검사한테 혼났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질문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어떤 법원에서는 원장까지 포함해 전 직원 200명 정도가 등산을 갔다고 한다.

사람들이 일렬로 올라가는데, 그 순서가 서열순이었다고 한다.

맨 앞에 원장이 가고 그 바로 아래 직책의 사람이 원장 뒤를 따라가는 식이다.

그 법원에서는 그 순서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한다.

법원의 이 사례는 10년 전의 일이어서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 본인은 직장 내에서 갑질, 성희롱 등을 당한 근로자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일해 왔는데, 상대는 대형 로펌이어서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 나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주로 노동 사건을 담당했다.

항상 노동자 편에서 변호했는데, 회사 측 대리인으로는 주로 대형 로펌이 나왔다.

로펌들에는 돈이 제일 중요하다.

그 돈을 많이 주는 고객이 기업들이다.

그러니 대형로펌들은 기업을 대리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노동자를 대리하는 대형로펌을 본 적이 없다.

-- 대형 로펌에는 전직 판검사들이 많은가.

▲ 로펌들이 판검사 출신들을 선호한다.

소송에서 '전관예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판검사 출신들은 퇴임 후 곧바로 로펌에 갈 수 없다.

현행 제도가 그걸 막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검사 출신들은 일정 기간 대학교에 있으면서 글이나 논문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글들이 소송에서 대형로펌 쪽에 유리한 자료로 제출된다.

한 현직 대법관은 판사 퇴임 후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로펌에 법률 의견서 63건을 써줬다고 한다.

그 대가로 모두 18억원가량을 받았다고 하니 건당 3천만원인 셈이다.

-- 전직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것도 문제인 듯한데.
▲ 판검사 출신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고용노동청, 노동위원회 출신들이 대형 로펌에 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일은 자기의 경력을 이용해 정부 기관에 압력을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세청 출신은 국세 조세심판원에 압력을 넣을 수 있고, 고용노동청 출신은 노동 사건이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동청에 손을 쓸 수 있다.

-- 로펌 변호사들은 약자를 변호한다는 사명감이 없나.

▲ 이미 돈이 최고인 사회가 됐다.

변호사라는 직업도 인권 수호보다는 자격증을 이용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변호사 중에는 "원래 변호사는 의뢰인이 돈 주면 다 일하는 직업"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 그동안의 활동 중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 시멘트를 만드는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석회석을 채굴하는 사람들이었다.

형식적으로는 하청업체 소속이었지만 실제로는 그 대기업이 직접 일을 시켰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위장도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대기업은 더는 일을 안 줬고, 하청업체는 폐업을 해버렸다.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나자 대기업은 이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는 이들의 법률대리인으로 소송에 나섰는데, 결과적으로 이 대기업이 이들 모두를 정규직 사원으로 고용키로 했다.

-- 출산 육아 갑질 특별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는데, 관련 갑질이 많은가,
▲ 법적으로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이 가능한데, 이걸 주지 않으려는 회사도 있다.

노골적으로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복직한 후에 일을 안주거나 아예 생소한 분야로 발령 내기도 한다.

육아휴직을 갔다 오면 이런 불이익이 있으니 알아서 판단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 회사 측은 왜 육아휴직을 막으려 하나.

▲ 일에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의 '출산 순번제'라는 것이 있다.

자기들끼리 출산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병원 측이 그걸 원하기도 하지만 간호사들도 업무 부담을 고려해 그렇게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문제 제기가 됐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우리 단체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갑질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갑질에는 괴롭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온갖 부당한 행태가 갑질이다.

직장에서 갑질을 없애고, 일하는 사람 누구나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보다 근원적으로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종별 온라인노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이를 적극 추진 중인데, 노조가 생기면 사업주도 함부로 갑질하지 못한다.

직종별 노조이기 때문에 직종에서 나타나는 온갖 구조적인 문제도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 노동법 밖에 있는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좀 더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들이 노동법 적용을 받도록 법률 개정 등 제도 보완에 적극 나설 것이다.

-- 직장갑질119의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 우리 단체는 100% 일반 개인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정부나 기업의 후원은 받지 않는다.

그래서 재정이 매우 빠듯하다.

활동이 중단되지 않게 함께 해 주시는 분들이 늘면 좋겠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우리 단체는 250명 정도의 스태프를 두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노무사,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어떤 대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과외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갑질의 피해를 보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직장갑질119의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 (취재지원 김민수 인턴사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