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美 압박에 하마스와 거리두나…'사무실 퇴출' 검토

'중동의 중재자' 역할에 회의론…"가자협상 중재도 재고할 수도"
'중동의 중재자' 카타르가 미국의 눈치 속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현지 사무소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현지시간) 카타르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하마스에 내줬던 정치 사무소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검토 중이며, 더 나아가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지속할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카타르 정부는 지난 달 자국의 중재 노력이 정치인들의 생색 내기에 쓰인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간접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만약 카타르가 협상을 중재하지 않는다면 하마스의 정치 사무소를 자국 내에 두는 의미도 없기에 이 역시도 검토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카타르 정부가 하마스 사무소 폐쇄를 결정하더라도 하마스가 완전히 카타르를 떠나도록 요청할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 역할 지속 여부도 앞으로 이어지는 휴전 협상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보이는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인 카타르는 2012년부터 미국과 합의 하에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카타르에서 머물도록 해왔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집트 등과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카타르가 하마스에 충분히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을 제기해왔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카타르가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에 충분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카타르의 동맹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몇몇은 카타르에 하마스와 관계를 끊으라고 직접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이 카타르 정부가 이번에 자국 내 하마스 사무소 폐쇄를 검토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 달 카타르에 하마스가 계속해서 휴전 협상안을 거부한다면 하마스를 카타르 밖으로 내쫓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하마스 대표단이 휴전 협상 추가 논의를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면서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가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