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도 신나요" 어린이날 실내 행사장 '북적'(종합)

놀이공원 아침 6시부터 '오픈런'…박물관에도 나들이객
비 때문에 실외 기념행사 취소·장소 변경되기도
"숨 참고, 준비되면 검지로 천천히 살짝 누르면 됩니다. "
어린이날인 5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4층.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고사리손으로 방아쇠를 쥔 정하준(8) 군의 눈빛은 제법 진지했다.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된 경찰박물관은 궂은 날씨 탓에 실내에서 어린이날을 즐기는 부모와 아이들로 가득했다.

'어린이 사격왕 선발대회' 뿐만 아니라 경찰특공대 훈련 시범과 순찰차 탑승 등 평소 경험할 수 없는 각종 체험활동이 동심을 사로잡았다. 경찰 제복과 수갑, 삼단봉 등을 착용해볼 수 체험 부스에도 아이들로 가득했다.

경찰특공대 탐지견이 마약 탐지 시범을 보일 때는 작은 탄성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경찰 오토바이에서 기념 촬영을 한 박지우(8)군은 "제복을 입어보니 멋있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나중에 경찰이 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두 살 터울 남동생과 박물관을 찾은 오현지(12)양은 "동생이랑 사격 시합을 했는데 이겨서 기분 좋다"며 "비가 와 실망했는데 실내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온 40대 윤모 씨는 "원래 야외로 나갈 계획이었는데 비가 온다고 해 급히 실내 행사를 찾아왔다"며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경찰 체험을 흥미로워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1층 로비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비 날개나 연 등을 만들었다.

나비 날개 모양 종이에 색색의 셀로판지를 붙이던 백윤재(6)군은 "어린이날이라 로봇 선물도 받고 기분이 좋다.

마술쇼가 제일 재밌었다"며 웃었다.

송파구 롯데월드는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인파로 이른 시각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송민하(10)양과 송재윤(8)군은 나란히 토끼와 기린 머리띠를 한 채 입장을 기다렸다.

연신 "신나고 기대된다"던 송 양은 오전 10시께 개장을 알리는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활짝 웃으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대기 줄 앞쪽에는 새벽부터 도착해 이른바 '오픈런'을 한 이들도 있었다.

경기 부천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오승민(11)군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6시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좀 실망은 했지만 웬만한 건 다 안에 있으니까 괜찮다"며 웃었다.
'어린이'는 아니지만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어린이날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팅커벨 복장을 하고 온 이승현(25)씨는 "어린이날이라 친구들과 디즈니 콘셉트로 코스프레를 하고 왔다"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었다.

이씨와 함께 온 친구들은 각각 피터팬, 백설공주 복장을 하고 있었다.

비 때문에 어린이날 기념행사가 취소되거나 실내로 장소가 변경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가면 퍼레이드 등이 예정됐던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취소했고 '2024 봄봄 서울숲 축제'는 어린이날 공연 장소를 야외무대에서 커뮤니티센터 내부로 변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