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웅, 아버지 허재 이후 26년 만에 MVP…kt 허훈도 맹활약

허훈, 준우승팀 선수로 MVP 투표 3위 '이례적 득표'
허웅(KCC)과 허훈(kt)의 '형제 대결'로 관심이 뜨거웠던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허웅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고, 허훈 역시 준우승팀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는 명승부로 마무리됐다. 부산 KCC는 5일 경기도 수원 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 수원 kt와 경기에서 88-70으로 이겼다.

4승 1패로 시리즈를 끝낸 KCC는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프로농구 정상에 복귀했다.

허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18.8점, 5.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아버지인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이 1997-1998시즌 플레이오프 MVP에 뽑힌 이후 26년 만에 대를 이은 MVP가 나왔다.

이날 5차전에서도 팀 내 최다인 21점을 넣으며 KCC의 18점 차 대승을 이끌었다.
동생 허훈은 비록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지만,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29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허훈은 챔피언결정전 2∼5차전 내내 40분 풀 타임을 모두 소화하며 코트를 누볐다.

창원 LG와 벌인 4강 플레이오프부터 다리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았던 그는 챔피언결정전 기간에는 감기까지 겹쳐 컨디션이 나빴지만 2차전부터 단 1초도 쉬지 않고 투혼을 불살랐다. 기자단 MVP 투표에서 허웅이 31표, 라건아(KCC) 27표에 이어 허훈이 무려 21표나 받았을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3차전 37점, 4차전 33점을 기록한 허훈은 이날 5차전에서도 29점을 넣어 승부를 6차전으로 넘기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그대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26.6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허훈의 준우승 팀의 MVP급 활약은 허재 전 감독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허재 전 감독은 부산 기아 소속이던 1997-1998시즌 챔피언결정전 대전 현대와 경기에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 4패로 준우승했다.

그러나 이때 플레이오프 MVP는 준우승팀 소속인 허재 전 감독이었다.

준우승팀에서 플레이오프 MVP가 나온 것은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 역사상 이때가 유일하다.

허 전 감독은 당시 오른손등 부상 때문에 사실상 반깁스를 한 상태로 코트에 나서 1차전 29점, 2차전 30점 등으로 활약했다.

게다가 경기 도중 오른쪽 눈 위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허재 전 감독의 사진은 지금도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명장면이다.
이번 시즌 허훈의 챔피언결정전 활약은 26년 전 아버지의 활약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눈부셨지만, 팀이 패한 바람에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허웅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프로농구 사상 첫 '대를 이은 MVP'가 됐고, 허훈 역시 MVP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형제 대결'의 소문난 잔치가 풍성한 볼거리로 이어진 무대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