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정신질환자에 경찰 총격 잇달아…"대응체계 바꿔야" 지적

LA 한인 사망 사건과 닮은꼴 뉴욕에서도 발생해 검찰이 조사 중
최근 미국에서 정신질환자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이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주 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경찰(NYPD)의 총격으로 윈 로사리오(사망 당시 19세)가 숨진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은 이달 3일 해당 경찰관들의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사건 당일 오후 뉴욕 퀸스의 한 주택가에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은 부엌에서 주방 가위를 들고 있는 로사리오를 마주친 뒤 그에게 총격을 가했다.

총상을 입은 로사리오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곧 사망 판정을 받았다. 총격이 일어나기에 앞서 로사리오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태에 있었고, 그의 남동생은 집에 도착한 경찰관들에게 "(형이) 정신병 증세가 있다"면서 "그는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두 경찰관 중 한 명은 로사리오를 마주친 뒤 먼저 테이저건을 발사했지만, 이에 흥분한 로사리오가 주방 가위를 든 채 경찰들 쪽으로 달려오면서 다른 경찰관이 즉시 총을 쐈다.

로사리오 옆에서 그를 진정시키려 애쓰던 어머니 노탄 에바 코스타(48)는 경찰들에게 "제발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끝내 경찰의 총격을 막지 못했다.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코스타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몇 분 만에 내 아들을 죽였다"며 "그들이 오기 전에는 모든 것이 평온했다.

그들이 와서 혼란을 만들고 내 눈앞에서 아들을 살해했다"고 규탄했다.

코스타의 가족은 방글라데시 출신 이민자들이다. 유족과 정의위원회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두 경찰관의 해고와 기소를 당국에 요구했다.

또 이들은 뉴욕시가 정신질환 등 위기에 처한 시민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가 관련된 911 신고에 무장한 경찰관이 출동하는 대신, 전문적으로 훈련된 정신건강 대응 요원이 현장에 나와 긴박한 상황을 완화하고 환자를 의료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인 에반 톰킨스는 제복을 입은 경찰의 존재만으로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며 "일부는 경찰을 두려워하고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고 CNN에 말했다.

뉴욕의 정신건강 지원 비영리단체 커뮤니티액세스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던 뉴욕시민 최소 26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정신질환 치료를 요청한 한인 양용(사망 당시 40세) 씨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한인사회의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사건 당일 양씨의 가족은 환청과 조울증 등을 앓아온 양씨가 부쩍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LA 카운티 정신건강국(DMH)에 치료시설 이송을 요청했는데, 양씨의 집에 온 DMH 직원은 양씨가 시설 이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LAPD)은 총격 사건 발생 후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경찰이 양씨의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자택 거실에 있던 양씨가 부엌칼을 들고 경찰들 쪽으로 전진하면서 총격이 일어났다고 설명했지만, 양씨의 유족 측은 경찰이 현장 증거를 인멸하는 등 진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정신질환자 1명을 상대하기 위해 9명의 경찰관이 투입됐고, 경찰은 정신질환자를 제압하는 데 사용되는 수많은 방법 중 왜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LAPD는 아직 현장 경찰관들의 보디캠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