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대가' 노벨문학상 앨리스 먼로 별세…향년 92세(종합)

러 극작가 안톤 체호프에 비견…단편소설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행복한 그림자의 춤''미움, 우정…' 등 소설집 세계적 베스트셀러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별세했다. 향년 92세.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먼로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14일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날 먼로의 출판사 대변인이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먼로 가족의 말을 인용해 먼로가 10여년간 치매를 앓아 왔다고 전했다. 먼로는 2013년 캐나다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특히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단편소설에 천착한 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도 먼로가 처음이었다. 당시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는 "먼로는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며 "장편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단편소설을 가장 완벽하게 예술의 형태로 갈고 닦았다", "단 몇 장의 짧은 페이지에 소설 전체 서사의 복잡성을 담을 수 있는 작가"라고 평했다.

노벨상 선정위 측은 먼로가 19세기 러시아 극작가이자 단편의 대가인 안톤 체호프의 명맥을 잇는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러시아계 미국 소설가인 신시아 오지크도 먼로를 "우리의 체호프"라고 지칭한 바 있다. 먼로는 노벨문학상 외에도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세 차례, 캐나다 문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길러상을 두 차례 받았으며,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도 수상했다.

미국에서는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 오헨리상을 받았다.
그는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마주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인간의 모순과 갈등, 비극을 들춰내는 작품들을 써냈다.

주요 작품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1968),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2001), '런 어웨이'(2004) 등 소설집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다.

먼로의 소설집은 북미에서만 총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마지막 작품인 '디어 라이프'(2012)는 뉴욕타임스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소설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영화 '어웨이 프롬 허'(2006)로 각색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줄리 크리스티)에 올랐으며, 또 다른 소설 '미움, 우정…'은 영화 '미워하고 사랑하고'(2013)로 만들어졌다.

1931년 온타리오에서 태어난 먼로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책벌레'로 유명했으며, 11살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웨스턴 온타리오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며 학부 시절 단편소설을 써 처음으로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팔았고, 학교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했다.

이어 결혼 후 밴쿠버에 정착한 그는 남편과 함께 서점을 운영하고 집안일을 하며 틈틈이 세탁실에 앉아 소설을 썼다.

꾸준히 문학잡지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독자층을 늘려나갔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더 뉴요커' 같은 유명 잡지에 작품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작가로 유명해진 뒤 한 인터뷰에서 "나는 다른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나는 사실 지식인이 아니다.

나는 괜찮은 주부였지만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았고, 내가 정말 끌리는 다른 것은 없었다"고 몸을 낮췄다. 비평가들은 먼로가 주로 여성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남성을 악마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호평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