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1분기 깜짝 성장, 4분의 3은 순수출 덕분"

"내수 호조, 휴대전화·정부지출 영향"…'전망 실패' 지적엔 "다반사"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 불확실성 커졌다…물가 둔화 추세 확인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이유에 대해 "4분의 3은 순수출 등 대외 부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고, 수입이 예상보다 감소했는데 통관 자료들이 금방 들어오는 게 아니다 보니 놓친 것이 있었다"며 "내수 부분 경우 휴대전화 출시, 정부 이전지출, 날씨 효과 등으로 인해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기존 시장 전망치인 0.6∼0.7%를 크게 뛰어넘는 1.3%로 집계됨에 따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0.4%포인트(p) 올려잡았다.

이 총재는 '한은이 사실상 전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당연히 개선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전망치를 0.4%p 바꿨는데 이런 일은 다반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차이 때문에 틀렸고, 그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면서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로 유지한 이유에 대해 "성장률 전망 상향의 4분의 3은 순수출 증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순수출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내수에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률 전망을 바꾸는 과정에서 물가에도 상승압력이 있었다"며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는 영향이 있었지만, 첫째 자리를 바꿀 정도로는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전망치가 유지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며 "물가상승률이 2.3∼2.4%(하반기 월평균)로 내려가는 추세를 확인한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올해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5%로 올렸음에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유지한 이유는.
▲ 성장률 전망 상향의 4분의 3은 순수출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예상보다 수출은 좋았고, 수입은 줄었다.

겨울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많이 줄었고,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설비수입도 줄었기 때문이다.

순수출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내수보다 제한적이다.

내수 측면에서 보더라도, 연간 소비 증가율을 1.8% 정도로 보고 있는데 전체 성장률(2.5%)보다는 성장이 완만한 것이다.

내수가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정부가 물가 대책으로 에너지세 (인하를) 연장한 것 등의 영향을 검토할 때 예상치 자체를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성장률 전망을 바꾸는 과정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있었다.

그래서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는 영향 있었지만, 첫째 자리를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망치는 유지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1분기 GDP 속보치가 기존 예상을 웃돈 이유는. 사실상 전망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부터 분기 전망을 추진하는 게 유의미한가.

▲ 1분기 GDP 속보치가 기존 전망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차이의) 4분의 3 정도가 대외 부분이다.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고 수입이 감소했는데, 통관 자료들이 금방 들어오는 게 아니다 보니 그런 면에서 놓친 게 있었다.

내수는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보면 휴대전화 출시가 뒤에 있던 소비를 앞으로 끌어당겼고, 정부의 이전 지출이 많이 늘었다.

날씨 효과도 있다.

앞으로는 정부하고 좀 더 이야기해서 자료를 빨리 받아볼 수 있는지, 통관자료를 다른 프락시로 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또, 기존에 신용카드로 많이 쓰던 것을 디지털 월렛(지갑)으로 쓰는 등 기존 통계에서 바뀌는 부분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전망 실패로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았냐는 데 대해선, 당연히 겸손하게 개선 노력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에 0.4%p 전망치를 바꿨는데 이런 일은 다반사다.

이렇게 에러가 나면 어떤 차이 때문에 틀렸고, 그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논의하는 게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은이 데이터도 이야기하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면, 바꿔 말해 틀리지도 않고 그냥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되면, 비난은 안 받는다.

그러나 저는 제가 총재를 할 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제가 있는 동안 한은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정보를 줘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8월 발표할 분기별 자료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잘 만들겠다.

-- 1분기 GDP 속보치가 잠정치나 확정치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 소비가 예상보다 좋은 건 사실이다.

2분기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3, 4분기 다시 성장해서 1.8%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게 지금 예측이다.

수치는 당연히 더 많은 자료가 들어오면서 변화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는 속보치와 확정치 간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숫자가 나온 다음 봐야겠지만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금통위원들의 3개월 시계 기준금리에 대한 견해는.
▲ 이번에도 저를 제외한 여섯 분 금통위원 중 한 분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셨고, 나머지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단 견해를 나타냈다.

3.50%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여러 가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가장 컸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한 분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게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통화 정책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 4월 금통위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명목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둔화한다고 하면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여전히 유효한지.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견해는.
▲ 성장률이 2.1%에서 2.5%로 오른 것은 큰 변화다.

또 뉴스는 성장률 변화가 물가에 많은 영향을 줄 줄 알았는데, 항목을 열어보니 물가 압력이 커졌지만, 전망 자체를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반기 월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을 2.3%에서 2.4%로 바꿨는데, 2.4%를 다 확인하고 갈 것이냐. 지금 숫자를 자꾸 오해하시는데 2.3%면 금리를 인하하고 2.4%면 안 하고, 이렇게 해석하시면 안 된다.

이게 평균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확인하려면 12월까지 기다렸다가 통화정책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고, 지금 저희 생각은 2.3%, 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 않나, 그런 톤에서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

인하 시점을 확인한 다음 폭을 결정하는데,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폭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 앞서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이하 통방)와 비교해 통화정책의 세 가지 전제가 달라졌다고 했는데.
▲ 4월 통방 직후 미국 금리 인하 지연, 1분기 성장률 호조, 이란 이스라엘 전쟁에 따른 환율 상승을 이야기했었다.

사실 국내에서는 (4월) 통방이 끝난 다음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에 환율이 뛰었다고 했었는데, 그것은 굉장히 국내 정보 위주의 해석이다.

당시 통방에서 (환율이) 12시쯤 뛰었을 때, 호주와 뉴질랜드도 많이 절하됐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는 뉴스가 흐르면서 환율이 움직였다.

국내 언론이나 트레이더들이 이자율 격차, 국내 요인으로 (원화가) 절하됐다고 말씀하시는데, 자기가 포지션이 손해를 봤기 때문에 뭔가 말씀하셔야 해서 그랬다면 모를까, 보시면 국내 요인만으로 해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세 전제를 재검토해서, 국내 성장률은 2.1%에서 2.5%로 상향했지만, 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결론 냈다.

이란 이스라엘 상황은 다행스럽게도 더 번지지 않는 상황인데 언제든지 다시 드러날 수 있고, 미국 통화정책 지연 여부도 데이터 따라 바뀌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졌다는 표현을 통방문에 넣은 것이다.

-- 경기 호조로 인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검토하나.

▲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에,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졌다고 본다.

금통위원들은 물가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오른다고 하면 금통위원들이 당연히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파악한다.

--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면서 GDP 갭이 양수로 전환하는 시점도 앞당겨졌을 것 같은데 언제인지. 내년에도 2% 넘는 성장을 이어간다고 하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무엇인가.

▲ 이번 성장률 전망 상향으로 GDP 갭이 축소되고 있으나, 양수로 전환되는 시점은 여전히 2025년 초라고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2%)보다 높은 성장세에도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현재 금리 수준이 제약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타깃(2%) 하는 수준까지 온다고 하면, 제약적이던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올해 2.5% 성장을 예상하지만, 소비 증가율은 1.8%다.

내수와 수출 간 갭이 크고, 내수도 양극단이 심해서 물가가 안정된다는 확신이 들면, 제약적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 미국과 통화정책 차별화 가능한지.
▲ 원칙적으로, 미국 금리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에 저희의 (차별화) 여력도 커졌다.

그러나 미국 경제 정책으로 인한 환율 변화, 자본의 이동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게 지난달 나왔다. 기계적으로 미국에 따라 (통화정책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에 따른 환율시장 영향과 자본 이동성 영향, 그에 대한 국내시장 영향, 궁극적으로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하며 통화정책을 해 나갈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