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플로우] 서학개미, 미국주식 팔고 美채권 대량 순매수

지루한 '박스피'에…예탁금 한 달째 55조원대 횡보
CMA 잔고는 또 최고치 경신…채권형펀드로 자금 유입 지속
국내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한 달 가까이 55조원대에서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투자자 예탁금은 55조6천6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첫 거래일이었던 2일 58조7천908억원이었던 예탁금은 곧바로 55조원대로 감소한 이후 이달 내내 54조원대 후반에서 56조원대 초반 사이를 오르내리며 횡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는 최저 2,676.63(5월 3일)∼최고 2,753.00(5월 16일)로 80포인트도 되지 않은 좁은 폭에서 지루하게 박스권 움직임을 보였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 주도주가 부재한 업종·종목 순환매 장세가 지속 중"이라며 "수출 모멘텀이 좋은 전력기기, 화장품, 음식료 등 일부 업종의 강세가 특징적이나 시총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최근 일주일(17∼23일)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19억원 늘어 23일 기준 19조4천91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천539억원 늘었으나 법인 MMF 설정액은 1조2천536억원 줄어 총 1조997억원 감소했다. 반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이 기간 4천105억원 늘어 84조3천920억원을 기록했다.

CMA 잔액은 이달 20일 84조7천806억원으로 집계되며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이나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계좌로, 하루만 맡겨놔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파킹형 자금을 모아두는 투자처로 꼽힌다.
최근 한 주 동안 국내 간접 투자상품의 유형별 자금 유입 규모를 보면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주식형 펀드를 훌쩍 뛰어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일주일 동안 3천980억원 증가한 반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그의 10분의 1 수준인 31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선 북미주식펀드 설정액이 1천925억원 늘었고, 그 외 신흥국·유럽·중남미·아시아태평양 등 지역에선 각 5억∼10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도 활발하게 이어갔다.

미국 주식은 9천883만달러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으나, 미국 채권은 3억1천841만달러를 순매수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역사적 고점에 다다르는 등 강세를 보이자 주식은 차익을 실현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목별 매수·매도 내역을 보면 이달 17∼23일 한 주 동안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밈 주식' 게임스톱이었다.

최근 미국 '대장 개미' 키스 질(계정명 '로어링 키티')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활동을 재개하는 이미지를 올리자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했고, 이에 국내 '서학개미'들도 게임스톱을 순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구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GLOBAL X COPPER MINERS ETF SPLR', 금 ETF인 'SPDR GOLD SHARES', 테슬라 등을 순매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