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자격·시험 통한 '프리-메드스쿨' 추진…의대 반발

'글로컬대학30' 위해 도입 계획…"입학생 늘리기 위한 꼼수" 비판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위해 자율선택형 학사운영제도인 '프리-메드스쿨' 도입을 추진하자 의과대가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우수 인재의 진로 선택권 강화'를 내세웠지만, 의대는 '입학생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28일 원광대에 따르면 대학은 지난 3월 교육부에 제출한 글로컬대학30 혁신기획서에 생명산업 우수 인재의 진로 선택권 강화를 위한 프리-메드스쿨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프리-메드스쿨은 대학 입학생 중 일정한 자격과 시험을 거쳐 의생명융합대학(의학·치의학·한의학·약학과)으로 소속을 옮길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대학은 기존 소속 전공의 학점과 영어 능력 등을 평가해 프리-메드스쿨 전공설계자를 선발하고, 이들이 프리-메드스쿨 전공을 마친 뒤 의과대 2학년에 전입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의 교육 구조 속에서는 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명공학·바이오 등의 융복합 교육을 통해 의학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게 대학의 목표다.

대학은 '글로벌생명산업거점대학'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프리-메드스쿨 전공자가 MIT나 하버드 등 유명 의과대학에서 연수를 할 수 있는 과정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과정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되면 교육부와 협의해 세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학교 측은 덧붙였다.

원광대 관계자는 "프리-메드스쿨은 생물 등을 전공한 학생에게도 의료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의학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다양한 교육과정과 기회를 제공하면 학생들도 의료시스템과 관련해 다양한 전공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프리-메드스쿨은) 양질의 교육을 위함이 아니라 (더 많은) 신입생 모집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고 의사과학자를 키우겠다며 도입한 전문대학원제도가 실패한 것처럼 프리-메드스쿨 전공 역시 의대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몰려 의대진학만을 목표로 할 것으로 우려한다.

원광대 의과대의 한 교수는 "자연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에 오면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 더 많은 학생이 기초의학자로 남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늦은 나이에 입학한 만큼 많은 학생이 개원의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선 의대생들의 실험실 활동을 지원하고 기초의학자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대우를 해 주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리-메드스쿨은 대학이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전문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의·치·한·약을 활용하려는 꼼수로 보인다"며 "만일 프리-메드스쿨을 고려하고 입학했으나 자격이 미달해 전공을 설계하지 못한 학생은 기존 소속 학부에서 제대로 소속감을 갖고 학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원광대가 2018년께 의대 전과 제도를 운용하다가, 전과생 상당수가 교직원 자녀로 밝혀져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프리-메드스쿨 선발 과정 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원광대 관계자는 "단 하나의 전공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전공 2∼3개를 융합해서 전공하는 방향으로 대학 교육이 변화하고 있는데, 프리-메드스쿨은 이러한 형태 중 하나"라며 "과거 의대 전과 제도와는 전혀 다르고, 또 과거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의과대는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규정에 따라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하므로 현재 의대를 개편하기는 어려워 글로벌의학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전공을 설계한 것"이라며 "융합 교육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과정이며, 아직 프리-메드스쿨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