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지막까지 민생법안 미루고 정쟁법안 강행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어제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려보낸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을 강행했다. 그나마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재의결 조건에 걸려 부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한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등 쟁점 법안을 여당 의원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대거 처리했다. ‘선 구제, 후 회수’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사기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선의로 포장했지만 포퓰리즘의 전형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약 5조원의 재정도 부담이지만 사적 계약 피해 책임을 국가가 무리하게 부담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게 더 큰 문제다. 민주유공자법은 그야말로 ‘셀프 특혜법’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이 확정된 사람도 국가적 예우를 받는 유공자가 될 수 있는 데다 대상자 명단을 비밀에 부치도록 한 것도 비상식적이다. 농어업인 의사를 대표하는 농어업회의소라는 기구를 설립해 정책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농어업회의소법도 일부 농업인·수산단체가 집단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모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정치적 부담을 주려는 정략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이런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경제·민생 법안은 대거 희생됐다. 반도체 지원 세액공제 연장을 골자로 한 ‘K칩스법’,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이 골자인 ‘AI기본법’,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은 결국 폐기 신세가 됐다. 심지어 여야가 상당 정도 합의를 이룬 사용 후 핵연료 저장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특별법’과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도 뒷전으로 밀렸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낙인찍혔다. 정쟁에 함몰돼 민생을 버렸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막판 입법 폭거로 오명에 정점을 찍었다. 그 부작용은 경제와 민생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이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