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800억 재산분할" 판결에 최태원 측 "편파적, 기업 명예훼손" [전문]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2심 판결
서울고법 "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0억 지급하라"
최태원 측 "억측과 오해로 기업·주주 명예 훼손…상고하겠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30일 최 회장의 모든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가운데 최 회장 측은 "지나치게 편파적인 결과"라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최 회장)는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을 뒤집고 SK그룹 지주사 SK㈜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국내 이혼소송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 판결을 내린 것. 항소심 판결 후 최 회장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이 재판 기간 회사와 사회 구성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면서 "판결문에서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 "(노 관장 측 주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면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산정했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 대상이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의 1심 판결보다 20배 넘게 늘어나게 됐다. 또한 재산분할 액수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이는 SK그룹이 재계 서열 2위까지 성장하는 데 노 관장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며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2심 결과가 노 관장의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재판 결과가 SK그룹에 미칠 변화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다음은 항소심 판결에 대한 최 회장 변호인단의 입장 전문.
우선 최태원 회장은 재판 기간 동안 회사와 사회 구성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힙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왔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측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판에 임했고, 상대방의 많은 거짓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 증거를 제출하며 성실히 증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하였습니다.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6공(共)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 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共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하였습니다.

원고는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입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