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감독 "탕웨이, 개인적 관계 떠나 가장 좋아하는 배우"

'만추' 이후 13년 만에 호흡…죽은 사람 가상세계서 만나는 이야기
"근미래 배경이지만 지금 우리들의 감정 다뤄"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는지, 영화 속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옭아매는지를 보면서 더 존경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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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용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신작 영화 '원더랜드'의 주연이자 아내인 배우 탕웨이에 대해 깊은 신뢰를 표했다.

김 감독은 '만추'(2011)를 통해 인연을 맺은 탕웨이와 연인으로 발전해 2014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원더랜드'는 김 감독이 '만추' 이후 1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탕웨이와 두 번째로 호흡한 작품이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인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탕웨이는 죽음을 앞두고 딸을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 젊은 여자 바이리를 연기했다. 탕웨이는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2016년부터 이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김 감독은 "처음엔 (탕웨이와) 같이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며 "딸을 가진 엄마의 이야기인 만큼 외국인이어도 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출연을 제안했고, 그녀가 흔쾌히 캐스팅을 수락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13년 만에 배우로 재회한 탕웨이를 보면서 예전보다 더 멋있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보고 연기를 한다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자연스럽고 섬세한 감정이 나오려면 그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안 돼요.

탕 배우는 '만추' 때보다 훨씬 빠르게 집중해서 '원더랜드' 세계에 들어갔어요.

저는 계속 이 자리에 있는데, 탕 배우는 10여 년 동안 좋은 감독들과 일하면서 성장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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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탕웨이에 대해 "배우자의 일을 존중하고 서포트해주는 아내이기도 하다"면서 "그래서 (같이 작업하는) '원더랜드'를 더 열심히, 잘 만들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다"며 웃었다.
'원더랜드'에는 탕웨이뿐만 아니라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수지와 박보검은 연인으로,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 서비스 플래너로, 공유는 바이리의 인도자로 등장한다.

김 감독은 "여러 상황과 감정, 관계의 합이 주는 느낌이 영화 전체의 주제가 될 거라 판단했다"면서 "그래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필요했고, 그에 맞는 큰 배우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각 에피소드가 지닌 감정의 밀도가 비슷해야 해서 한 명의 스타가 들어오면 균형이 맞지 않겠구나 싶었지요.

모든 역할을 스타 배우가 맡거나 모두 스타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였어요, 하하. 작은 역할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려면 존재감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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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는 인공지능(AI)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이 불러올 우리 삶과 관계의 변화에 집중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원더랜드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가짜와 진짜를 혼동하기 시작하고, 영상통화가 종료되면 끝없는 공허함에 빠지기도 한다.

김 감독은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낼 세상에서 '나는 어떡하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게 된 영화"라면서 "배경은 근미래이지만 지금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고를 쓰던 때부터 AI 전문가인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에게 조언을 구하며 시나리오를 발전시켜왔다.

2016년만 해도 '원더랜드'의 설정은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였지만, 8년간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게 되면서 관객은 작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관객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 이야기가 피부로 와닿는 시기에 선보이게 돼 (오랜 시간이 걸려 개봉한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이 작품이 "정답이 없이 흘러가는 데다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작업 기간이 길어졌다"면서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어떻게 풀어낼지 가늠이 안 됐다"고 했다.

작업이 길어진 만큼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깊이도 깊을 것이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

"고민을 오래 한 끝에 나온 영화에요.

관객들은 '원더랜드'를 보고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