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참사 3주기' 피해자 후유증 심각…"대책 절실"

"사고로 망가진 '운림 54번' 버스 영구보존" 요구
광주 동구 학동 붕괴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사고 이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학동 참사 3주기인 9일 재난피해자 권리센터가 학동 참사 피해자 19명(부상자 7명·유가족 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상자 전원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안증(85.7%)과 불면증(71.4%)도 함께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족 역시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유가족의 경우 만성 두통에 시달리거나 환청과 망상까지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의 75%는 사고 이후 가족 내 갈등을 포함해 사회적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와 유가족 모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유가족의 25%는 이미 극단적 시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재난피해자 권리센터는 이날 학동 참사를 비롯해 세월호·이태원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트라우마 치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매우 심각한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적 개입과 신체적 치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조·수습에 참여했던 경찰, 소방대원 등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도 필요하다"며 "전수조사를 실시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생애 주기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사고로 처참하게 망가진 '운림 54번' 버스에 대한 영구 보존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버스는 흉물이 아니라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고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현장이 될 것"이라며 "버스를 영구 보존해 추모와 완전사회를 위한 나침반으로 활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학동 붕괴 참사는 2021년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지상 5층 규모 건물이 붕괴하면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친 사고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