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무관 사유로 공사 지연중 원자재 상승 공사비 반영"

하급심 판결 대법서 확정…법원 "특약 있어도 증액 요구 거절하면 불공정"
건설사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사가 지연됐고 그새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면 계약 당사자 간 특약에도 불구하고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다는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산의 한 교회가 건설사를 상대로 낸 선급금 반환 청구 사건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지난 4월 확정했다.

교회와 건설사는 2020년 8월 건물 증축을 착공하기로 계약했다.

계약서에는 '계약체결 후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그런데 인근의 다른 공사가 지연되면서 착공일도 교회 측 요청에 따라 8개월가량 늦춰졌다.

같은 기간 원자재인 철근 가격은 약 2배로 상승했다.

건설사는 공사비를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교회는 특약을 근거로 거절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교회는 계약을 해제하기로 하고 이미 지급한 선급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건설산업기본법 22조 5항 1호는 계약체결 이후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 금액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면 불공정 계약이므로 해당 부분은 무효라고 정한다.

쟁점은 건설사의 요구를 교회가 거절한 것이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을 심리한 부산고법 민사5부는 "수급인인 피고(건설사)의 귀책 사유 없이 원고(교회) 측 사정으로 착공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을 도급 금액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이러한 계약 내용은 계약 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수급인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라고 판결했다.

현장에서 통용되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일반 조건'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60일 이후 남은 공사에 대해 원자재 등 가격 변동으로 인한 등락액이 계약 금액의 5%를 넘으면 계약 금액을 조정한다고 정한다.

2심 재판부는 이를 준용해 등락액이 5%를 넘는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도급 금액을 조정해달라고 건설사가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회 측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추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유사한 공사비 분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번 대법원판결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원심판결을 확정한 것에 불과해서 소송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법원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