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상속·종부세 감세론'에…민주, 선 긋지만 속내는 복잡(종합)

대통령실 "종부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율 인하"…與도 세제개편 전폭 지원
野 일각 '종부세 완화' 주장, 공식 논의 필요성 커져…대응책 마련 고심
여권이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감세 드라이브를 걸자, 더불어민주당은 감세론에 선을 그으면서도 속내가 복잡한 분위기다. 감세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는 점을 내세워 감세의 부작용을 지적했지만, 민주당에서도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종부세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16일 종부세는 초고가 1주택과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고, 상속세는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고려해 최고 30% 수준까지 대폭 인하한 뒤 세금 형태를 추가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이에 맞춰 '증시 밸류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가업상속 관련 세제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상속세 체계까지 손질해야 한다는 기류를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세제 개편 구상에 발맞춰 측면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김병환 기재부 1차관 등 정부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종부세 개편안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당정은 지자체들의 세원 감소 우려를 고려해 종부세 완전 폐지가 아닌 대폭 개편으로 가닥을 잡고, 당론으로 개편안을 발의하거나 내년도 정부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특위는 기재부 등과 함께 오는 18일 재정준칙 도입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20일 상속세·증여세 개편, 27일 저출생 대응 세제·재정 지원, 내달 4일 기업 세제 개편 등 정책토론회를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말로는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자 감세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초래한다"며 정부·여당의 감세론을 비판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부는 세입 기반을 무너뜨릴 감세론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작년 세수 펑크가 56조원이고, 올 4월까지 관리재정 수지 적자가 64조원, 중앙정부 채무는 1천129조원"이라며 "나라 곳간이 거덜 나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 자산가들 세금 깎아주는 게 시급한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세는 한 번 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 정부의 부자 감세는 머지않아 서민 증세, 미래세대 증세라는 냉정한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정부발 감세론'에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당내에서는 본격적인 세제 개편 논의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류도 읽힌다.

정부가 세제 개편 가능성을 본격화하면서 민주당이 이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원내 차원에서 임 의원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세제 개편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운을 띄웠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종부세의 총체적 재설계를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