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24년 전처럼 '계산된 밀착'…북 몸값은 신냉전 속 높아져

2000년 푸틴 방북은 '미MD 저지' 지렛대 목적…이번에도 우크라전 이해관계 일치
오는 18일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으로 북한은 24년 만에 러시아 최고지도자를 다시 안방에서 맞아들이게 됐다. 현재까지 러시아 지도자 방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임 시절인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 방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일단 2000년 당시나 지금이나 푸틴 대통령 방북은 장기적인 전략 행보라기보다는 북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온 '전술적 밀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 푸틴의 첫 방북은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어(NMD)체계 구축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지렛대 마련 목적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은 당시 북한에서 김정일을 만난 뒤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제3국에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면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G8 정상회담에 전달했다.

미국의 NMD 구축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등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할 논리를 마련하려 한 것이다. 24년 만인 푸틴의 이번 방북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와 국제사회 제재 무마와 정치·경제적 지원을 원하는 북한이 "필요에 의해 밀착한 측면"(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간다는 건 결국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가 아쉽다는 방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4년 사이 달라진 국제 환경 속에서 북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는 점은 차이다. 푸틴 대통령이 팬데믹 종식 이후 해외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하게 된 배경은 북한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는 국제 환경과 무관치 않다.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장에 쓸 미사일과 탄약을 충실히 공급하고 정치적으로도 러시아를 전폭 지지해 주는 북한의 존재가 귀중할 수밖에 없다.

미국·서방 등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이 심화하고 국제사회의 다극화 경향이 나타나면서 북한을 둘러싼 비핵화 압력은 약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 진영화로 대외 환경의 이득을 가장 많이 본 국가가 사실상 북한이라는 평가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략적 환경이 180도 변했다고도 얘기할 수 있다"이라며 "2000년 당시엔 1차 북핵위기 이후 제네바 합의 체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지지 기반이 전혀 없는 고립무원 상태였지만 지금은 유엔 (대북제재) 메커니즘이 모두 형해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러시아는 한국과 관계를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꾸준히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호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우크라이나 특수가 끝나면 북러가 지금 수준의 협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리되더라도 유럽 국가와 관계에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진 실장이 "우크라 전쟁이 끝나면 과연 남한과 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지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를 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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