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데렐라' 고승민 "자책은 자정까지만…타선 해결사가 꿈"

만루 홈런에 동점 적시타까지…타율 0.308에 6홈런, 42타점으로 타선 견인
25일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경기를 했다. 롯데는 4회초까지 1-14로 크게 뒤처지다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7회말 15-14로 기적같이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8회초 다시 15-15로 동점을 허용한 이후 양 팀은 점수를 내지 못해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롯데는 한때나마 13점 차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선수가 롯데 3번 타자 고승민이었다. 고승민은 4회 2사 만루에서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개인 통산 두 번째 만루 홈런을 터트려 7-14까지 따라가는 점수를 만들었고, 7회 1사 2, 3루에서는 중견수 앞 2타점 적시타로 14-14 동점을 만들었다.

고승민은 올해 55경기에서 타율 0.308(211타수 65안타), 6홈런, 42타점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92경기에서 타율 0.316을 찍었던 2022년(5홈런, 30타점)보다 홈런과 타점이 많다. 이날 경기에 앞서서 만난 고승민은 멘털이 이번 시즌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소라고 말했다.

고승민은 타율 0.224로 부진했던 지난 시즌을 떠올리며 "작년은 경기 다음 날까지 자책했다면, 올해는 경기 당일 딱 자정까지만 한다.

(자정이 넘으면) 다음 경기만 생각하고, 어떻게 경기에 임할 것인지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치 12시가 되면 변신하는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올해 롯데 타선의 신데렐라 고승민은 작은 변화로 큰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시즌 초반 고승민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김태형 감독이 캠프 때부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개막 후 8경기에서 타율 0.166으로 고전하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4월 말에야 1군에 돌아온 고승민은 5월 타율 0.330, 6월 타율 0.318로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 시즌 타율도 3할을 넘겼다.
그는 "초반에는 감독님이 새로 오셔서 (나를 포함한 젊은 선수들이) 눈치를 본 것 같다.

감독님이 무섭다고 하니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면서 "이제는 그런 생각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서로 중심이 돼 책임지려고 하다 보니 성적이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롯데는 고승민과 나승엽(22), 윤동희(20) 등 젊은 선수가 끌어가는 타선이다.

나승엽은 시즌 타율 0.301, 윤동희는 0.303으로 고승민과 나란히 3할대 고타율을 유지한다.

고승민은 "(윤)동희는 저보다 많은 경기에 나갔고, 셋 중에서 가장 형 같아서 보고 배울 게 많다.

(나)승엽이는 룸메이트이기도 하고, 멘털적인 면에서는 가장 형 같다.

장점이 많은 동생"이라고 했다.

최근 3번 타자로 출전하는 고승민은 중장거리 타자로 팀이 기대하는 경기력을 보여준다.

고승민은 "팀 주축이 되고 싶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지고 있는 경기에서는 내가 쳐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며 "언젠가는 (전)준우 선배처럼 해결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고승민은 수비에서도 일취월장했다.

시즌 초반에는 외야수와 내야수를 오가다가 최근에는 고정적으로 2루수 자리를 지킨다.

단순히 공을 잡고 던지는 것만 좋아진 게 아니라, 상황 판단력까지 향상했다.

고승민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 "경기에 출전할 범위가 넓어진 것은 장점으로 생각한다"며 "내야에서는 정훈, 오선진, 박승욱 선배께 감사드린다.

특히 (키스톤 콤비인) 승욱이 형한테는 경기 중에도 집중 못 하게 자꾸 불러서 물어봐서 죄송하다"고 했다.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내는 고승민은 "솔직히 풀시즌 타율 3할은 못 한다"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평가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게 처음이다. 후반기에 타율은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팀이 승리하는 데 매일 힘을 보태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