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악재 잇따라…한 달 반 만에 8000만원대로 하락

파산 日 거래소 상환 시작
美·獨 정부도 매각 움직임

11월 미국 대선 '불확실성'
향후 가격 전망 크게 엇갈려
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이 한 달 반 만에 8000만원대로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이 지연되는 가운데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번지면서다.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도 암호화폐 시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독일 정부까지 매도하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24일 8310만1000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8000만원대를 기록한 건 5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 1억원을 돌파하며 가격 상승세에 기대감을 키웠던 비트코인은 3개월 넘게 1억원을 밑돌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5만8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가 6만달러대를 회복했다.

비트코인이 힘을 못 쓰는 건 '매도 악재'가 줄줄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014년 해킹 공격을 입고 파산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발(發) 매도 압력이 커졌다. 마운트곡스는 7월부터 채권자를 상대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상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마운트곡스는 2010년 일본에서 설립된 암호화폐 거래소로,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4년 해킹으로 고객이 보유한 비트코인 80만개를 잃으면서 파산했다.

마운트곡스는 비트코인 14만여개를 상환을 위해 매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12조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이 22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인 걸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28일 마운트곡스가 외부 지갑 주소로 비트코인을 이전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만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K33은 "마운트곡스 상환 물량은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당 물량이 반드시 매도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시장을 놀라게 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매도 악재는 마운트곡스 뿐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압류한 비트코인을 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로 옮겼다는 소식도 비트코인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암호화폐를 거래소로 이동하는 것은 매도 신호로 본다. 비트코인이 대규모로 시장에 나올 것이란 우려가 커진 이유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달 28일 법원으로부터 비트코인 매도 허가를 받았다. 이후 비트코인 4000개를 코인베이스에 입금했다. 이는 2억4000만달러(약 3347억원) 상당이다. 마약 밀매업자 반미트 싱으로부터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현재 21만3546개(약 18조2000억원)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독일 정부 소유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지갑에서도 비트코인 3641개가 빠져나갔다. 당일 비트코인 가격(5만7500유로)을 고려하면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미·독일 정부의 매도 움직임이 시장에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들 정부가 한꺼번에 비트코인을 매도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선거는 어떤 영향?

시장에서는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 대선 첫 TV 토론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비트코인이 급등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통화 전략가인 캐롤 콩은 블룸버그에 "통화가 미국 대선 토론에 반응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면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親) 암호화폐론자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암호화폐 채굴업체 경영진을 만나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아직 채굴되지 않고) 남은 비트코인을 모두 '미국산'으로 만들고 싶다"거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암호화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 변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TD카우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는 암호화폐 지지 신호를 보내지만, 당선 이후엔 암호화폐 회의론자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향후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다. 경제학자 알렉스 크루거는 "올해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 전까지 비트코인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진입하기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대선이 있던 시기에 위험자산 가운데 비트코인이 특히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7월 마운트곡스와 관련해 비슷한 하방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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