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칠성개시장 상인들의 초복날 '한숨'

개식용종식법 내달부터 시행…2027년부터 처벌
칠성개시장 건강원·식당 12곳 전·폐업 지원 신고
"나라에서 하지 말라고 하니 이제는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합니다. "
초복인 15일 오전 11시께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이른 점심시간부터 보신탕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로 60∼7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개시장을 찾았다.

식당마다 빈 테이블들은 30여분이 지나자 손님으로 가득 찼다. 직원들은 더위에 땀을 흘리며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분주히 날랐다.

한 식당 직원은 "기자님, 지금 너무 바빠서 인터뷰 못 해 드린다"라며 손을 내두를 정도로 점심시간 내내 손님이 몰렸다.

하지만 '테이블 만석'에도 개시장 상인들은 굳은 표정이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개식용종식법에 따라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도살, 유통 등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2027년 2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70대 A씨는 "올해부터는 개고기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라며 "일단 2026년까지는 장사를 할 생각인데 그 이후로는 참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육견협회에서도 정부에 지원책을 촉구하던데 원하는 것만큼 보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대가 함께 운영하는 보신탕 가게도 있었다.

해당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B씨는 취재진을 보자 "대체 왜 그러냐"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B씨는 "개식용금지법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오히려 덤덤했다"며 "개 식용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안 좋아지니까 언젠가는 식당 일을 못 하겠구나 이미 마음을 먹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보신탕 대신 다른 음식을 팔면 되긴 하는데 그만큼 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개시장 상인들은 개 식용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진 탓인지 취재진의 방문에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취재진의 카메라를 보자 찍으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거나 손질하던 개고기를 재빠르게 치우기도 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도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했다.

개시장을 찾은 70대 강모씨는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건데 못 먹게 한다니까 이해가 안 된다"며 "소 돼지는 먹는데 왜 개고기는 안되나"라고 말했다.

칠성개시장은 한때 부산 구포시장,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렸다.

현재는 식당과 건강원 등 12곳 남짓 남아있다.

개식용종식법 처벌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2027년부터는 남은 곳도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북구에 따르면 칠성개시장 상인들 모두 지난 5월 마감된 전·폐업 지원 신고를 완료한 상태다.

북구 관계자는 "전·폐업 지원 방안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일괄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서 추후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식용종식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칠성개시장과 관련된 민원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