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최대 규모 부양책…효과는?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헝다 그룹 사태에서 비롯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지 이달 부로 5년째 접어든다. 주가만 놓고 볼 때 단일 위기는 아무리 길어도 2년이 지나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6000만채를 넘어섰다. 우리 국민 한 사람당 한 채씩 주도라도 남을 물량이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되는 주요인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금리를 적용해 보면 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하지만 r**를 낮춘 게 결정적인 실수다. 실물경제 침체 혹은 과열을 시키지 않는 r*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r**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조짐이 뚜렷하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는 상해종합지수가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인 6300에 비해서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만선에서 4만선을 돌파해 대조적이다.

r**에 맞춘 정책금리 인하로 10년물 국채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다. 절대 수준으로는 1% 내외인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 다음으로 낮고 작년 11월 이후 하락 속도도 가장 빠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막 1만 달러를 넘고 GDP(국내총생산)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국채금리와 국채 가격은 역비례 관계다. 국채금리가 2% 내외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국채 시장에 낀 거품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왔다는 의미다. '경제패권 다툼의 일환'이라는 명목을 걸고 있지만 미국의 국채금리가 낮아져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지는 여건 속에서도 미국 국채를 처분하는 것은 국채 거품 붕괴를 방지하는 목적이 더 강하다.

통화가치를 고려한 어빙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 이론에 따르면 중국의 국채금리가 이례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대탈출(GCE·Great China Exodus)'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에는 국채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채 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거품이 무너지면 큰일이다. 1990년대 일본의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주식, 부동산, 국채 순으로 무너지는 것과 동일한 경로를 겪기 때문이다. '일본화(Japanization)'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중국 경제도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것이다”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방지하고 내국인 자금의 가두기 위해 '위안화 절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3위안대까지 절하되는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7.0위안대로 절상시켰다. '포치선(1달러=7위안)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는 예상이 나올 만큼 시 정부의 위안화 절상 의지는 강하다.



특정국 통화가치 결정을 '머큐리(Mecury·펀더멘털)'과 마스(Mars·정책) 요인으로 나눌 때 전자가 받쳐주지 않는 위안화 절상은 반드시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1990년대 이후 영국 파운드화 위기(1991년), 중남미 통화위기(1994년), 아시아 외환위기(1996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사태(1998년) 그리고 유로화 위기(2011년)가 그랬다.
최대 강점인 외화까지 문제가 되면 중국은 주식, 부동산, 국채, 외환, 그리고 실물경제까지 균열이 생기는 총체적 복합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다. 마침내 중국이 대규모 경기와 증시 부양책을 발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만큼 상해종합지수도 오랜만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와 증시 앞날에 대한 예측기관의 시각은 기대보다 여전히 차갑다.



'9.24 대책'이라 불리는 이번 부양책은 세 가지 면에서 종전과 다르다. 무엇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 리윈쪄 국가금융감독관리 총국장,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금융기관 3대 수장이 직접 나선 점이다. 중국 경제와 증시 현 상황이 심각하고 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동시에 암시한다. 시 주석도 이번 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뒷얘기까지 들린다.



대출우대금리(LPR),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등 모든 정책금리뿐만 아니라 정책성 금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내렸다. 이번 금리 대책의 핵심은 지급준비율은 0.5%포인트 내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과 보조를 맞춘 점도 눈에 띈다. 금융 문제부터 푸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인하와 함께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우리 돈으로 20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계획은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9년 리먼 브러더스 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추진했던 헬리콥터 벤식 대책에 비유된다. 금융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신용경색을 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처럼 부양책 규모가 크게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와 증시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와 증시는 5중고(고임금·고금리·고세율·고규제·고땅값)로 대변되는 성장통과 잠복돼 왔던 위기 요인이 헝다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다.



5년째 접어들고 있는 헝다 사태를 금융위기 극복 3단계론을 적용해 평가해 보면 첫 단추인 유동성 위기부터 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유동성 지표의 상징 격인 M1(현금+요구불 예금) 증가율은 가장 최근 통계인 7월의 경우 -6.6%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래가 불확실해 돈을 아무리 많이 풀더라도 곧바로 벽장 속으로 퇴장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스템 위기 극복은 20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경제 운영 체계를 '개방경제'에서 '폐쇄경제'로, '시장경제'를 '계획경제'로 복귀시키는 방침에 따라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오히려 1978년 이후 중국의 고성장을 낳았던 시스템은 퇴조됐다는 평가다. 시스템을 개조하기 위한 시 주석의 부패 척결 노력은 부동산 개발업체와 친시진핑 세력 간 새로운 부패 고리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사전 두 단계를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기는 악화 일로다. 급기야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4.7%로 목표치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지인 배런스와 노무라 경제연구소는 조만간 중국 경제 성장률이 1∼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경제 각료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모든 경기와 증시 부양책은 위기(혹은 부진)를 낳은 본질 해결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의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2차 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 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플주사형 대증요법에 그치면 총체적 복합위기로 더 악화된다.



중국 경제이 증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로 평가하면 초기 외연적 단계에 중국 경제의 강점이었던 노동력은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 빠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글로벌 해법으로 풀어야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자본은 외국인 기업의 이탈과 정부 주도의 불균형 투자로 노동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자를 성장경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함을, 후자는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리쇼오링'이 최선책이지만 '인쇼오링'을 추진해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태다.



총요소생산성은 5중고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외부 불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헝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무너지고 GDP대비 300%가 넘는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지방일수록 SOC의 노후화 정도는 더 심하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 SOC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과연 9.24 대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대책이 나온 이후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보다 더 심각한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진=연합뉴스)
박승원기자 magun122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