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보조금 준다"했더니…중국산 수입 '사상 최대'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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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농가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산 폐식용유 수입을 단속할 것을 촉구했다. 그가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잘못 설계된 탓에 값싼 중국산 폐식용유 수입이 폭증하고 미 농가의 수익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에서 수입한 폐식용유 양이 100만 톤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식용유 등 식물성 기름은 생물체 기반 자원으로 만든 무탄소 액체 연료인 바이오연료의 대표적인 원료 중 하나다. 각국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항공, 해운 등 분야에서 바이오연료 같은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고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IRA를 통해 내년 1월부터 바이오연료 분야에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내에 바이오연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취지 하에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에 바이오연료 생산업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미 농가는 옥수수, 대두, 카멜리나 등 원료 작물 재배를 대폭 늘렸다.
바이오연료 생산업체들도 설비 확충 등 투자에 나섰다.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 에너지는 "약 10년 내에 미국 내 바이오연료 생산량은 하루 평균 130만 배럴 상당으로 현재보다 53% 증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생산기업이 미국산 식물성 기름 대신 중국산 폐식용유를 대량 수입해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IRA의 세액 공제 조항에 '미국산 원료' 조건을 달아두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중국산은 미국 폐식용유 수입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IRA가 통과된 2022년까지만 해도 1% 미만이었던 중국산 비율이 폭증한 것이다.특히 다른 국가들이 중국산 바이오연료와 그 원료인 폐식용유 등의 수입을 차단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더욱 급증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8월 중국산 바이오연료 제품 등에 최대 36.4%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에 이어 또 다시 중국의 청정 기술 분야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였다.
이에 미 농업 단체들은 IRA의 바이오연료 부문 최종 규정에서 세액 공제 혜택을 미국산 작물로 제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 농업협회, 미국 대두협회, 전국 옥수수 재배자 협회는 지난 10월 IRA 설계를 주도한 존 포데스타 기후특사를 만나 이 같은 조건을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대두유 가공업체 대표는 "미국 납세자들의 돈이 미국 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기를 희망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라고 주장했다.
미 의회는 농가 민심을 고려해 중국산 폐식용유에 삼림 벌채 문제와 연관된 팜유가 포함돼 있는지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폐식용유의 원산지 둔갑 여부를 확인하는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바이오연료 생산업계는 농가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국내 원료만 쓰라"는 제한을 달면 공급량을 감소하게 만들고 친환경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기업인 몬태나 리뉴어블스의 브루스 플레밍 최고경영자(CEO)는 "이 과정을 더 빠르게 진행하려면 원료 부문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달 자국 기업들이 폐식용유를 수출할 때 받을 수 있었던 13%의 세금 환급 혜택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 변화는 중국 기업들로 하여금 폐식용유를 수출하는 대신, 국내에서 활용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중국 내에서 바이오 디젤 같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최근 미국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에서 수입한 폐식용유 양이 100만 톤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식용유 등 식물성 기름은 생물체 기반 자원으로 만든 무탄소 액체 연료인 바이오연료의 대표적인 원료 중 하나다. 각국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항공, 해운 등 분야에서 바이오연료 같은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고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IRA를 통해 내년 1월부터 바이오연료 분야에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내에 바이오연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취지 하에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에 바이오연료 생산업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미 농가는 옥수수, 대두, 카멜리나 등 원료 작물 재배를 대폭 늘렸다.
바이오연료 생산업체들도 설비 확충 등 투자에 나섰다.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 에너지는 "약 10년 내에 미국 내 바이오연료 생산량은 하루 평균 130만 배럴 상당으로 현재보다 53% 증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생산기업이 미국산 식물성 기름 대신 중국산 폐식용유를 대량 수입해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IRA의 세액 공제 조항에 '미국산 원료' 조건을 달아두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중국산은 미국 폐식용유 수입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IRA가 통과된 2022년까지만 해도 1% 미만이었던 중국산 비율이 폭증한 것이다.특히 다른 국가들이 중국산 바이오연료와 그 원료인 폐식용유 등의 수입을 차단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더욱 급증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8월 중국산 바이오연료 제품 등에 최대 36.4%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에 이어 또 다시 중국의 청정 기술 분야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였다.
이에 미 농업 단체들은 IRA의 바이오연료 부문 최종 규정에서 세액 공제 혜택을 미국산 작물로 제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 농업협회, 미국 대두협회, 전국 옥수수 재배자 협회는 지난 10월 IRA 설계를 주도한 존 포데스타 기후특사를 만나 이 같은 조건을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대두유 가공업체 대표는 "미국 납세자들의 돈이 미국 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기를 희망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라고 주장했다.
미 의회는 농가 민심을 고려해 중국산 폐식용유에 삼림 벌채 문제와 연관된 팜유가 포함돼 있는지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폐식용유의 원산지 둔갑 여부를 확인하는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바이오연료 생산업계는 농가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국내 원료만 쓰라"는 제한을 달면 공급량을 감소하게 만들고 친환경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기업인 몬태나 리뉴어블스의 브루스 플레밍 최고경영자(CEO)는 "이 과정을 더 빠르게 진행하려면 원료 부문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달 자국 기업들이 폐식용유를 수출할 때 받을 수 있었던 13%의 세금 환급 혜택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 변화는 중국 기업들로 하여금 폐식용유를 수출하는 대신, 국내에서 활용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중국 내에서 바이오 디젤 같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